[이달의 책] 불안하다면, 아등바등 조급증 내려놓으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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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만가지행동
김형경 지음, 사람풍경
312쪽, 1만3800원

여기까지 오게 될 꺼라 생각했을까. 소설가 김형경이 소설 『사랑을 선택하는 특별한 기준』에 정신분석 이야기를 담았을 때 자신이 심리에세이를, 그것도 네 편이나 쓰게 될 줄 말이다. 서문에서 밝혔듯 그는 『사람 풍경』 『천 개의 공감』 『좋은 이별』 심리에세이 3부작으로 내면을 향하는 긴 순례가 끝났다고 믿었다. 하지만 삶이 어디 뜻한 대로, 마음먹은 대로 흘러가던가. 상처받은 사람들을 외면하지 못한 작가가 또 한 편의 책을 내놨다.

 간단히 말하면 책은 정신분석의 과정을 철저히 이행하는 방법론이다. 전문 용어로 말하면 ‘훈습(薰習·working through)’의 과정. 훈련을 통해 변화를 몸에 배게 해 내 것으로 만들기다.

 그 첫 단추는 직시(直視)다. 나의 결함과 결핍을 받아들이고 그에 따르는 불안을 인식하는 동시에 두려움을 받아들이는 과정이다. 유아기에 만들어진 뒤 검증 없이 사용해 온 낡고 오래된 성격과 생존법을 버리는 것과 같은 말이다.

 다음 단계는 미지의 세계로 발을 내딛는 것이다. 스스로를 가뒀던 껍질 깨기이자 유아기와의 결별인 셈. 생존을 위해 택한 방패가 무엇이었느냐에 따라 저자의 처방은 여러 가지다. ‘자발적 왕따’와 ‘열심히 살지 않기’도 제안한다. ‘부족함을 드러내고 모르는 채로 머물기’도 권한다.

 ‘낡은 나’의 익숙함을 내려놓고 일상의 궤도를 이탈하는 것도 쉽지 않다. 하지만 불안은 ‘진정한 나’와 ‘포장된 나’의 간극 때문에 생긴다. 이 간극을 좁히고 불안을 다루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 훈습이다. “삶의 열쇠는 불안을 처리하는 능력에 달려 있다”는 말이 맞는다면 책장을 여는 순간, 삶의 열쇠에 한발 더 다가서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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