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 안양, 10년만에 정상 탈환

중앙일보

입력

히카르도의 마지막 킥이 골네트를 흔드는 순간 안양의 밤하늘은 별 하나 없이 캄캄했다.

그러나 조명이 환히 비치는 안양종합경기장 그라운드에는 감격의 눈물을 뿌리며 서로를 부둥켜 안은 안양 선수들이 있었고 이들을 뜨겁게 축하하는 2만 홈팬들의 환호성이 빛나고 있었다.

안양 LG가 꼭 10년 만에 프로축구 왕좌 자리를 탈환했다.

안양은 15일 프로축구 삼성디지탈 K리그 챔피언결정 2차전에서 연장까지 1-1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4-2로 이겨 1차전 4-1 승리에 이어 2연승으로 은빛찬란한 챔피언 트로피에 입맞춤했다.

벼랑 끝에 몰린 부천의 투지는 눈물겨웠으나 승부차기 두번째 키커 곽경근과 네번째 키커 강철의 실축이 승부를 갈랐다.

마지막 투혼을 이 경기에 쏟아부으려는 듯 부천 선수들은 혼연일체가 돼 그라운드를 누볐다.

문제는 골 결정력. 전반 24분 이성재의 슈팅이 골키퍼 정길용의 손끝에 걸렸고 27분 이임생의 헤딩슛도 텅빈 골문을 외면하고 크로스바를 살짝 벗어나 뒷 그물을 흔들었다.

42분에는 이성재가 골키퍼와 1대1 찬스를 무산시켰다.

안양은 전반 14분 정광민의 왼발 강슛이 골키퍼 이용발의 선방에 막혀 멀리 날아갔을 뿐 부천의 공세에 밀려 제 페이스를 찾지 못했다.

후반에도 부천의 공세는 수그러들 줄 몰랐고 마침내 후반 14분 선제골을 터뜨렸다.

미드필드 오른쪽에서 조성환이 높이 센터링했고 볼은 골키퍼 정길용과 함께 점프한 장신 곽경근의 머리를 맞고 골문 안으로 굴러들어갔다.

불의의 일격을 당한 안양은 당황하고 서두르는 기색이 역력했으며 시간은 빠르게 흘러갔다.

그러나 안양에는 안드레가 있었다. 후반 31분 쿠벡이 아크 왼쪽에서 프리킥을 얻어냈다.
이른바 '안드레 구역' .국내 최고의 정확도를 자랑하는 안드레의 왼발이 번쩍이는 순간 볼은 부천의 벽을 뚫고 오른쪽 골 그물을 흔든 뒤 튀어나왔다.

천금의 동점골. 이후 양팀은 일진일퇴의 공방전을 펼쳤으나 끝내 골을 얻지 못하고 피말리는 승부차기까지 펼쳐야 했다.

안드레는 도움 10개로 97년 데니스(수원)이후 3년 만에 외국인 도움왕에 등극했다. 득점왕은 12골의 김도훈(전북)에게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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