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빡하면 잊기 쉬운 물 건강법

중앙일보

입력

직장인 이은영(28·서대문구 홍제동)씨는 얼마 전, 앉았다 일어날 때 어지러움이 느껴지는 증상이 계속 돼 병원을 찾았다. 빈혈일 거라 생각했는데, 의사로부터 “평소에 물을 얼마나 자주 마시냐”는 의외의 질문을 받았다. 식사 시간을 제외하고는 거의 마시지 않는다고 답하자, 의사는 “체내 수분 부족으로 혈압이 떨어져 어지럼증이 생긴 것”이라고 말했다. “하루에 물을 최소 8잔 이상 마시라”는 것이 의사의 처방이었다.

 우리 몸은 대부분 물로 이루어져 있다. 성인은 체중의 약 60%, 신생아는 80%정도가 물로 구성돼 있다. 이런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섭취해야 하는 하루 수분량은 체중 1kg 당 33 ml 정도다. 60kg의 성인을 기준으로 음식을 통해 약 0.5l가 섭취된다고 보는데, 이를 제외하면 하루 7~10잔 정도의 물을 마셔야 한다. 『물로 10년 더 건강하게 사는 법』의저자 이승남 박사는 “체내에 수분이 부족해지면 몸으로 유입된 유해 물질과 대사과정에서 생긴 노폐물을 몸 밖으로 배출하는 기능이 저하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몸 안에 쌓인 독소는 두통이나 손발 저림·부종·만성피로와 같은 질병을 유발한다”며 물 마시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물을 마시는 일이 생각처럼 쉽지만은 않다. 특히, 하루 종일 사무실에 앉아 있어 발산되는 수분의 양이 적은 직장인들은 갈증을 느낄 틈이 거의 없다. 의식적으로 계단을 오르내리거나 가벼운 스트레칭을 통해 몸을 자주 움직여줘야 한다. 평소 반신욕이나 규칙적인 운동을 통해 신진대사를 활발하게 해두면 체내 순환이 잘 돼 조금만 움직여도 땀이 쉽게 난다. 억지로 물을 마시는 게 힘들면, 과일이나 야채를 먹는 것도 좋다. 특히 과일의 수분에는 양질의 미네랄이 함유돼 있어 물보다 체내에 흡수되는 속도가 빠르다. 과일은 95% 정도가 수분으로 이루어진 수박·포도·오렌지가, 야채는 배추나 상추류가 좋다.

 물은 마시는 때에 따라 그 효과가 달라진다. 아침에 마시는 물은 위와 장을 깨우는 역할을 한다. 공복에 찬물을 마시면 장의 움직임이 활발해져 변비 환자에게 특히 좋다. 만약 일어나자마자 물을 마셨을 때 속이 울렁거린다면 건강이 좋지 않다는 징조니 건강 상태를 확인해 봐야 한다. 자기 전에도 물 한잔은 필수다. 자는 동안 우리 몸이 생각보다 많은 양의 수분을 배출하기 때문이다. 땀과 호흡으로 인한 수분 방출량을 더하면 약 500㎖~1ℓ나 된다. 수분의 양이 줄어 혈액 농도가 높아지면 혈관이 막혀 뇌경색이나 심근경색을 유발할 수 있다. 밤에 마시면 좋은 물도 있다. 우리 몸은 피곤하면 산성에 가까워지는데, 알칼리성 물은 이를 중화시켜주는 작용을 한다. 식사 30분 전에 물을 마시면 공복감을 덜어 주고 위장 컨디션이 조절 돼 과식을 예방할 수 있다. 이박사는 “맵고 짠 음식을 많이 먹는 직장인의 경우, 미리 물을 마셔두면 체내 염분 조절이 가능해 성인병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오전오후 일과 중 물을 마시면 정신이 맑아지고 피로 회복에도 도움이 된다. 식후 30분 후에는 소화과정에 필요한 수분이 부족하지 않도록 물을 한잔 마셔주는 게 좋다.

건강하게 물 마시는 법

· 약간 시원한 물을 마셔라 물이 체내에 흡수되는 속도가 가장 빠른 온도는 11~15℃ 정도다. 너무 차거나 따뜻한 물은 오히려 흡수를 더디게 한다.

· 물은 운동 전에 마셔라 일반적으로 운동 시작 20~30분 전에 물을 2잔 정도 마시면 좋다. 운동 중 많은 양의 땀을 흘리면 혈액이 끈끈해져 혈전이 생길 수 있는데, 심할 경우 뇌졸중이나 뇌출혈, 심장마비를 유발한다.
· 식사 도중에는 물을 마시지 말라 식사 직전이나 도중에 마신 물은 소화액을 희석시켜 소화를 방해하고, 인슐린을 증가시켜 세포에 지방을 축적시킬 수 있다.
· 한꺼번에 빨리 마시지 말라 갈증을 느낀다고 물을 한꺼번에 빨리 마시면 안 된다. 특히 찬물을 급히 마시면 차가워진 위를 따뜻하게 하기 위해 혈액이 몰려 좋지 않다.

<나해진 기자 vatang5@joongang.co.kr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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