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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성 추종 세력인가 10년 전 사라진 조직인가 … 새누리·진보당 충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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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새누리당이 ‘연환계(連環計·여러 척의 배를 쇠사슬로 한데 묶는 병법)’의 허점을 파고 있다. 새누리당은 26일 통합진보당 당권파로 알려진 ‘경기동부연합’을 겨냥한 이념공세를 이틀째 이어갔다. 통합진보당을 공격해 야권연대로 묶인 민주통합당까지 타격을 입히려는 심산이다. 과거 같으면 새누리당의 관심권 밖에 있었을 통합진보당이지만 야권연대 성사로 몸집이 커지면서 접근법이 달라진 것이다.

 새누리당 조윤선 선거대책위 대변인은 26일 브리핑을 통해 “김일성 신년사를 듣고 눈물을 흘리고, 김일성 초상화 앞에서 묵념 후 회의를 시작하고, 국회 본회의장에서 최루탄을 터트린 분들이 대한민국 국회에 대거 입성해 원내교섭단체를 이루는, 그날의 모습이 어떻게 될지 국민 모두와 함께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과거 운동권 핵심 세력이었던 경기동부연합이 통합진보당을 장악하고, 나중에 민주통합당까지 좌우하게 될 것이란 얘기다.

 조 대변인은 그러면서 “이정희 대표는 새누리당이 문제를 지적하자 ‘색깔 논쟁’이라고 하는데, 색깔 논쟁이 아니라는 건 국민 모두가 알 것”이라고 받아쳤다. 그는 “통합진보당이 말하는 경제민주화는 30대 대기업을 3000개로 쪼개는 대기업 죽이기, 전교조와 전공노의 정치활동 자유화, 한·미FTA 폐기를 통한 한·미 동맹 해체”라며 “(색깔론이 아니라) 사실 그 자체”라고 주장했다.

 통합진보당 측은 거센 반격에 나섰다. 이정희 대표는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새누리당 선대위 대변인이 경기동부 라인이라고 말한 데는 상당한 허위 사실들이 들어 있다. 심지어 남편(심재환 변호사)까지 거론하면서 이 조직의 핵심 멤버라고 얘기하지만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했다. 보수 논객인 변희재 미디어워치 대표가 트윗에서 “대학 1년 때부터 경기동부가 이정희를 찍었고, 남편 심재환 등이 대중 선동 능력을 집중적으로 가르쳐 (좌파의) ‘아이돌 스타’로 기획했다”고 주장한 데 대해서도 “나는 87년 대학에 들어갔고 (경기동부의 모체인) 전국연합은 92년께 결성됐다”며 “전혀 근거 없다. 명예훼손으로 고소를 준비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경기동부연합 소속으로 지목되고 있는 같은 당 김미희(성남 중원) 후보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조선일보가 종북(從北)노선을 고집하며 수천 명의 점조직으로 돼 있는 경기동부의 실세로 본인을 지목했다”며 “이는 명백한 왜곡이자 선거방해 행위”라고 반발했다. 김 후보는 “(경기동부는) 1990년대 활동했던 민주 재야단체이자 이미 10년 전 사라져 지금은 존재하지도 않는 연대조직”이라며 “유령단체를 만들어 색깔론을 제기하는 데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

 새누리당과 통합진보당 간 공방에 민주통합당은 한발 뺀 상황이다. 하루 동안 관련 논평 하나 내지 않았다. 색깔 공방이 커질수록 새누리당 전략에 말려들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양원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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