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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모의총회 노하우 … 한국외대 노력이 오바마 데려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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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6일 서울 이문동 한국외대에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강연을 했다. 학생들이 오바마 대통령의 연설을 좋은 자리에서 듣기 위해 길게 줄을 서 있다. [연합뉴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강연이 있었던 26일. 서울 이문동 한국외대 미네르바 컴플렉스 앞에는 새벽녘부터 수백 명의 학생들이 줄을 서 있었다.

학생 김성민(20·영문과)씨는 “지난 22일 참석자로 뽑혔다는 연락을 받았을 때 매우 기뻤다”며 “좋은 자리에 앉기 위해 새벽 6시 50분부터 와서 기다렸다”고 설레는 듯 말했다.

이날 강연엔 서울과 용인캠퍼스 학생 700명이 참석했다. 한국외대 측은 “주한 미국 대사관에 전체 학생 명단을 전달했고 대사관 측이 참석자를 무작위 선발했다”고 설명했다.

 오전 10시20분쯤 한국외대에 도착한 오바마 대통령은 지하주차장을 통해 강연장으로 곧바로 들어갔다. 연단에는 태극기와 성조기가 번갈아 가며 세워져 있었다. 오바마 대통령이 한국말로 ‘같이 갑시다’라고 말하자 우레와 같은 박수가 쏟아졌다. 이어 “여기 오기 전에 주한 미국 대사관 소셜미디어로 ‘웹사이트에 들어가 지지자인 것처럼 글을 남긴 적이 있느냐’는 질문을 받았다”며 “난 그런 적이 없는데 내 딸들이 그랬을 수도 있다”고 웃음을 유도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한국외대가 세계 최고의 외국어 학교 중 하나” “한국은 가난한 나라에서 가장 역동적 국가로 발전했다”고 한 부분에선 박수갈채가 이어졌다.

 외대는 이날 보안을 이유로 오전 강의를 모두 취소했다. 강연장은 백악관 경호팀이 직접 경호를 맡았고, 경찰과 한·미 양국의 정보요원들이 캠퍼스 곳곳에 배치됐다.

 오전 10시30분부터 30여 분간 이어진 이날 강연엔 질의응답 시간이 없었다. 연설을 마친 오바마 대통령은 연단 앞의 일부 학생들과 악수를 나눴다. 맨 앞줄의 귀빈들과 악수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이뤄진 일이었다. 장문준(21·국제학부)씨는 “나한테도 악수 차례가 오나 했는데 결국 못했다”며 “오바마 대통령과 악수한 친구들은 손을 씻지 않겠다고 한다”고 말했다. 이날 강연은 미 정부가 한국외대에 제안한 것이다. 주한 미국 대사관 측은 “강연 계획을 전달받고 여러 대학을 미 정부에 추천했고 백악관이 최종적으로 한국외대를 택했다”고 밝혔다.

한국외대 관계자는 “우리 학교는 1995년부터 한국유엔협회와 대학생 유엔모의총회를 여는 등 국제화 교육에 앞장섰다”며 “평소 외국어 교육을 강조해 온 오바마 대통령이 한국외대가 외국어 전문교육기관이란 점을 높이 산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외대가 다른 대학의 요청을 물리칠 수 있었던 요인이다.

박철 한국외대 총장도 “오바마 대통령은 다시 태어나면 스페인어를 공부하겠다고 할 정도로 외국어 교육을 강조했다”며 “45개 외국어를 가르치는 한국외대가 매력적이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승호·이가혁 기자

미국 대통령 특강하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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