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구 쳐 좋고 … 학점 따 더 좋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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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이장희 교수(왼쪽 둘째)가 한 학생의 큐 위치를 교정하며 정확한 스트로크 방법을 알려주고 있다.이 교수는 “스트로크가 정확하고 일정해야 실수가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허진우 기자]

“시스템(득점을 위한 공의 진행)을 알아도 기본기가 돼 있지 않으면 득점하지 못합니다. 기본 자세를 익히는 데 노력하세요.”

 지난 24일 오후 2시 서울 강남의 한 당구장. 토요일 낮시간임에도 20대 남녀 20여 명이 들어차 빈 테이블을 찾기 어려웠다. 숭실대 ‘교양당구’ 수업이 진행 중이었다. 학생들은 2인 1조로 테이블을 하나씩 차지해 당구 삼매경에 빠졌다. 체육학과 이장희(45) 교수는 테이블을 돌아다니며 스탠스(하체 자세)와 브리지(큐걸이), 스트로크(공을 타격하기 위한 큐의 진행) 등에 대해 원포인트 레슨을 했다. 학생들은 배운 대로 스트로크한 뒤 친 공이 목적구를 맞히자 고개를 끄덕였다.

 대학가에 당구 봄바람이 불고 있다. 당구를 배우고 싶다는 학생들의 요구에 대학들이 교양당구 강좌를 잇따라 개설하고 있다. 연세대는 지난해 2개이던 교양당구 강좌를 올해부터 3개로 늘렸다. 현재 전국 10여 개 대학에 교양당구 강좌가 개설돼 있다.

 하루 2시간씩 학기당 10회 진행되는 수업에 참가하려면 1인당 2만5000원(당구장 대여비)만 내면 된다. 반면 백화점 문화센터 강의는 1인당 17만원(10회) 정도가 들고, 선수 출신에게 개인교습(8회)을 받으려면 30만∼50만원을 내야 한다. 학생들은 당구장을 4시간가량 이용하는 비용으로 한 학기 동안 선수 출신에게서 기본기를 제대로 배운다.

 학생들은 스포츠와 친교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어 당구를 선호한다. 당구 치수(점수)가 100이라는 박현미(21·여)씨는 “친구들과 당구를 종종 친다. 당구를 잘 치고 싶어서 제대로 배우려고 한다”고 했다. 손세욱(28)씨도 “정식으로 당구를 배울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다. 친구들과 어울리는 데 당구가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한 학기 동안 기본 자세와 실전예제(옆으로 돌리기·앞으로 돌리기·뒤로 돌리기·가로 치기·길게 치기 등)를 배운다. 3구(공 3개로 하는 방식)가 중심이나 기호에 따라 4구나 포켓(홀에 집어넣는 방식)도 배울 수 있다. 실기평가는 기본 자세(30%)와 실전예제(70%)로 구성된다. 실전예제를 득점하더라도 자세가 나쁘면 좋은 점수를 받기 어렵다.

 한 한기 만에 실력이 급상승하지는 않는다. 자신의 치수에서 50∼100 정도 오른다. 하지만 기본기를 정확히 익혀 빠른 실력 향상을 기대할 수 있다. 이 교수는 “치수가 100 이하인 초급자가 많이 신청한다. 여학생들도 수강생의 20% 정도 차지한다. 당구는 남녀노소 어울려 평생 즐길 수 있는 생활스포츠라서 여학생들이 특히 좋아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허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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