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직접 투자 손님끌기 … 이탈리아는 지금 변신 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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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마리오 몬티(Mario Monti·69) 이탈리아 총리는 약속시간보다 40분 늦었다. 그의 공보비서관은 “위층에서 내려오다 긴급한 전화에 발목을 잡혔다”고 설명했다. 인터뷰가 진행된 21일 이탈리아 주요 일간지 1면은 전날 밤의 총리와 노동부 장관, 노조 대표의 마라톤 회의로 장식됐다. 그가 왜 ‘수퍼마리오’라고 불리는지 실감났다. 지난해 11월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총리가 사퇴한 뒤 비상 거국내각을 이끌고 있는 그는 닌텐도 게임의 주인공처럼 쉴 틈 없이 뛰고 있었다. 몬티 총리는 26일 핵안보정상회의 참석차 서울을 방문한다. 27일엔 이명박 대통령과 따로 만난다. 주요 7개국(G7) 정상 중 유럽에서의 유일한 참석자다.

 그를 집무실 겸 관저인 로마의 치기궁에서 만났다. 한국 언론과의 첫 만남이다. 그는 넉 달 동안의 경제 개혁 성과와 당면과제들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노동시장 개혁으로 매력적인 투자처로 변모할 이탈리아를 한국 기업이 새로운 시각으로 봐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몬티 총리는 28일부터 일본·중국·카자흐스탄 순방에 나서 이탈리아에 대한 투자를 호소하는 외교를 펼칠 계획이다.

이상언 특파원과 인터뷰하는 몬티 총리.

 -집권 4개월 동안의 개혁 성과는.

 “지난해 11월 총리를 맡은 뒤 2013년까지 재정적자 폭을 국내총생산(GDP) 대비 5%로 줄이는 균형 예산안을 편성했다. 이후 탈세 방지 조치를 강화하고 부유세를 신설했으며, 연금제도의 구조적 개혁을 시행했다. 최근엔 택시·약국·변호사 등 자영업 분야의 진입장벽을 낮춰 시장에서의 경쟁을 유발하는 자유화 조치를 도입했다.”

 -현재 진행 중인 중요한 개혁 은.

 “노동시장의 구조적 개혁이다. 이탈리아는 근로자 해고와 신규 고용이 모두 쉽지 않은 독특한 문화를 가지고 있다. 이는 해외의 직접 투자를 가로막는 장애가 되고 있다.”

 -개혁은 순조롭게 이뤄지고 있나.

 “그렇다. 지난해 11월 거국 내각이 출범하기 직전까지만 해도 여야가 서로 대화조차 하지 않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지금 정부의 정책은 정파를 초월한 지지를 받고 있다.”

 -한국이 이탈리아 경제 정상화를 위해 도울 수 있는 부분이 있나.

 “이탈리아 경제 정상화는 기본적으로 이탈리아와 유럽연합(EU)의 조치들에 달려 있다. 하지만 한국과 같은 우방국들의 도움도 필요하다. 이탈리아는 경제 개혁으로 해외의 자본 투자나 직접 투자에 있어 좀 더 매력적인 곳으로 변모하고 있다. 한국 기업들이 새로운 눈으로 우리를 바라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유로존 위기에 대한 경제 전문가로서 견해는.

 “유럽 통합의 역사를 살펴보면 위기를 겪은 뒤 통합이 더 공고해졌다. 이 위기가 반드시 극복될 것이라는 데 한 치의 의심도 없다.”

 -핵안보정상회의에 거는 기대는.

 “한국이 한반도의 비핵화를 위해 노력해 온 것과 6자회담을 통해 북한의 핵 문제를 해결하려 시도해 온 점을 높이 평가한다. 이런 한국의 의지가 국제사회에서 더욱 인정받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이명박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다룰 의제는.

 “한·EU 자유무역협정(FTA) 발효로 진전된 양국의 경제관계와 글로벌 경제 안정화에 양국이 기여할 수 있는 일들을 논의할 계획이다.”

◆마리오 몬티(69)=지난해 11월 경제위기로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총리가 실각한 뒤 비상 거국내각의 총리로 추대됐다. 당시 이탈리아 보코노대 총장이었다. 미국 예일대 등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뒤 대학교수와 유럽연합(EU) 집행위원 등으로 활동해 왔다.

마리오 몬티 이탈리아 총리 오늘 방한 … 로마서 중앙일보와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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