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에 ‘합리적 의심’을 許하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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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3호 35면

세계적으로 10억 명 넘는 사람이 이용하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는 이제 새로운 형태의 커뮤니케이션 질서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 SNS는 속보성과 파급력, 쌍방향적인 소통을 과시한다. 또 기존의 매스미디어가 차지했던 정보 전달 기능에다, 친밀감에 근거해 의미를 공유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다시 말해 SNS는 개인들의 사적(私的) 담화 미디어에서 공론장의 성격을 갖는 공적인 미디어로 변모하고 있다. SNS의 선발주자인 트위터와 페이스북은 정치·경제, 그리고 사회·문화를 아우르는 키워드가 되고 있다.

요즘엔 커뮤니케이션이나 선거를 생각할 때 SNS를 배제하기란 어렵다. 무엇보다 정보 전달의 신속성과 파급력은 다른 어떤 매체보다 위력적이다. 2008년 중국의 쓰촨(四川) 대지진과 2009년 미국의 허드슨강 비행기 추락사건을 제일 먼저 알린 것도, 그리고 소위 ‘재스민 혁명’을 촉발한 것도 트위터였다. 2008년 미국 대선 당시 버락 오바마는 SNS를 적극 활용했으며, 지난해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박원순 시장의 당선에 기여한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이런 현상의 이면에는 다양한 문제점이 도사리고 있다. 무엇보다 SNS의 경우 사실 여부를 확인하기가 쉽지 않다. 기존의 언론들은 기자라는 전문가집단이 사실 검증 절차를 거치지만 SNS는 이용자들의 자정 작용에 기댈 수밖에 없다. 소위 ‘괴담’이나 허위 사실 유포에 취약한 이유다. 지난해부터 있었던 ‘에틸에테르 괴담 사건’과 ‘채선당 폭행 사건’ ‘된장국물녀 사건’ 등이 그런 예다. 이런 사건들은 SNS의 문제라기보다 한국 사회의 쏠림 현상을 동시에 보여주는 것이다. 즉 사안에 대한 명확한 인식 없이 자신과 생각이 같다고 여겨지면 감성적으로 집단적 목소리를 내는 현상이 빈발하고 있어서다. 자신만이 옳다는 인식이 공감대를 형성해 특정인을 공격하거나 특정 사안에 대해 여론을 유리하게 몰고 가려 한다.

개인정보의 유출과 프라이버시 침해는 더 심각하다. 프라이버시 문제는 이미 페이스북 등에서 지적돼 온 부분이지만 최근 여러 기업에서 소통 수단으로 SNS에 주목하면서 한층 더 부각되고 있다. 실제로 페이스북과 같은 SNS의 경우 개인의 일상사와 관심사를 총체적으로 기록하는 라이프로그(lifelog)나 자기소개서와 같은 성격을 띤다. 그래서 누군가에 대한 ‘신상털기’의 출발점이 된다. 기업의 경우 SNS를 통해 직원들의 조직 충성도나 평소 생각과 언행 등을 쉽게 알아낼 수 있다. 또 새로 입사하려는 사람의 성향이나 프로필, 다양한 사회활동 등을 수집해 판단 자료로 이용할 수 있다. 얼마 전 미국의 기업이 입사 지원자에게 페이스북의 ID와 패스워드를 제출하라고 요구한 문제도 이와 일맥상통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주목해야 할 문제는 각종 선거에서 드러나는 SNS의 역기능이다. 한국 사회는 올해 총선·대선을 치르게 된다. 4·11 총선을 눈앞에 두고 선거 출마자와 여야 정당은 SNS를 전략적으로, 경쟁적으로 이용할 태세다. 이와 관련, 지난해 말 헌법재판소는 ‘SNS를 이용한 정치의사에 대한 규제는 표현의 자유 등 헌법에 배치된다’며 공직선거법 제93조 제1항에 대한 ‘한정위헌’ 결정을 내렸다. 쉽게 말해 선거 당일을 제외하고 SNS를 이용해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의 선거를 도울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문제는 선거운동이 과열될 경우 익명성과 파급성을 악용해 상대방에 대한 비방이나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치고 빠지기 식의 탈·불법 행태도 빈발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그럴 경우 선거법상 어느 범위까지 처벌할 수 있는지 현재로선 명확하지 않아 보인다. 악의적 이용자를 추적해 처벌한다 한들 이미 당락이 결정된 후에나 가능해 피해 구제도 어렵다.

이처럼 SNS는 효율적인 소통이라는 순기능 못지않게 프라이버시 침해와 흑색선전 등에 쓰일 수 있는 역기능도 만만치 않다. 우리 사회에는 양날의 칼인 셈이다. 이를 잘 활용할 대책은 무엇일까. 다른 미디어와 마찬가지로 이용자들이 SNS에 대해 ‘합리적인 의심’을 멈추지 않는 것이다. SNS를 일종의 공적 미디어로서 인식하고 이용자 집단 내부에서 견제와 균형이 이뤄지는 것이야말로 집단지성을 실현하는 길이다. 물론 그 길이 멀고 어려워 보이지만.



이재진 서던일리노이대 저널리즘학 박사. 언론법제 연구를 주로 해왔으며 철우언론법상을 수상했다. 『인터넷 언론자유와 인격권』 등 다수의 저술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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