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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형환자와 더불어 살아가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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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5면

김영호
삼성서울병원 치과교정과 교수

세상에는 두 가지 종류의 중증 환자가 있다. 첫째는 암을 비롯해 생명을 위협하는 질환을 지닌 환자이고 둘째는 기형 환자다. 기형 환자는 생명은 위협받지 않지만 사회에서 사실상 격리된 채 숨듯이 살고 있다. 자신의 모습이나 숨어 사는 생활이 싫어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없다고 한탄하는 환자가 상당수다. 세상에는 ‘살고 싶어하는 암 환자’와 ‘살기 싫어하는 기형 환자’가 공존하고 있는 것이다.

 기형 환자 가운데 ‘언청이’라 불리는 구순구개열 환자는 입술과 입천장이 선천적으로 융합되지 않은 상태에서 태어나 평생 동안 여러 번의 수술을 거쳐야 한다. 한쪽 귀가 없이 태어났거나 복잡한 증후군의 증상으로 얼굴이 심하게 변형된 얼굴 기형 환자들은 집 밖으로 걸어다니는 것조차 고통이다. 이러한 기형 환자들은 대개 구강 내에 특수한 장치를 제작하고 수술을 하게 되며 정밀한 수술 후 관리가 필요하다.

 안타까운 사실은 기형 환자 가족들은 대개 경제적 형편 때문에 자비 치료가 힘든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삼성 등 일부 기업에서 지원해주고는 있으나 이 정도 규모로는 기형 환자를 다 감당할 수 없다. 얼굴 기형 환자들을 포함한 기형 환자들에 대한 국가의 정책적 지원이 절실하다. 아울러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에 기초한 더 많은 기업의 기부가 필요하다. 기업과 대학병원이 협력해 기형 센터를 설립하는 것이 해결책이 될 수 있다. 얼굴 기형 환자들을 암 환자 못지않은 중증 환자로 인식해 적극적으로 치료하고 배려하는 사회적 대책이 필요하다.

김영호 삼성서울병원 치과교정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