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장 기각 더 못참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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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법원이 최근 검찰이 청구한 주요 피의자 구속영장을 잇따라 기각하자 검찰이 정면 대응하기로 방침을 정해 귀추가 주목된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관계자는 22일 "최근 열린우리당 김희선 의원 등에 대한 구속영장 기각을 계기로 구속영장 제도의 합리적 운용을 위해 각계의 중지를 모아야 한다"며 "23일 법원의 영장기각 관련 문제점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법원은 동대문구청장 후보 공천 대가 등으로 2억여원을 받은 혐의로 검찰이 청구한 김 의원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을 지난 14일 기각했다. "도주 및 증거인멸 우려가 없고 범죄 소명이 부족하다"는 이유였다. 검찰은 이해할 수 없는 결정이라고 반발했지만 어쩔 수 없이 김 의원을 20일 불구속 기소했다.

W산업개발 대표 이모씨는 대형 관급공사 수주를 위한 로비 자금 등 명목으로 하도급 업체에서 거액을 받아 챙긴 혐의로 9일 사전 구속영장이 청구됐으나 영장이 기각되자 돈 세탁에 가담한 경리직원 4명과 함께 잠적했다. 보강 수사 후 재청구한 영장이 22일 발부되긴 했지만 이씨 등이 검거될 때까지 수사는 늦어질 수밖에 없다.

이처럼 검찰이 공식 대응에 나서게 된 것은 법원이 공판중심주의, 불구속 재판 원칙 등을 이유로 번번이 영장을 기각하면서 수사의 맥이 끊기고 핵심 피의자가 달아나 수사가 중단되는 경우가 잦아졌기 때문이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판사는 법률상'피의자가 죄를 범했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을 때'구속영장을 발부한 뒤 구속 적부심, 기소 전 보석 허가, 구속영장 기간 연장 등을 통해 검찰을 통제할 수 있는데도 마치 정식 재판에서 유.무죄를 가리는 것처럼 영장을 발부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조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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