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시네마 추천 금주의 개봉영화

중앙일보

입력

9주째 1위 자리를 고수하고 있는 '공동경비구역 JSA' 를 제외하고 이렇다 할 흥행작을 찾아볼 수 없던 가운데 11월을 맞은 극장가. 이번주는 각각 45억원이라는 국내 최고의 제작비가 투입된 한국형 블록버스터 두 편의 격돌이 예상된다. '단적비연수' vs '리베라 메'.

제작초기부터 수많은 화제와 이슈를 뿌렸던 '단적비연수'는 강제규 필름이 새천년 처음으로 선보이는 야심작이다. 개봉전 시사회를 통해 모습을 드러낸 '단적비연수'에 대한 반응은 반반.기대가 높았던 만큼이나 실망도 컸던 것일까.

단적비연수'는 '은행나무침대'의 엇갈리는 인연의 주인공들의 전생으로 올라가 다시한번 그들의 가슴아픈 사랑을 그린 작품이다. 거기에다 무협의 액션을 섞었다.

의도된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단적비연수'가 그린 비극적 멜로와 무협 액션은 '순정만화'식의 정서를 내뿜는다. 선사시대의 시대적 배경은 단지 밑그림일 뿐이고, 거기서 호흡하고 살아가는 인물들의 대사와 연기는 시공이 가늠되지 않는다. 복잡한 줄거리를 잘 따라가려면 미리 영화의 줄거리를 알고 보는 게 나을 듯. 웅장한 스케일과 동양적 모티브에 상상력이 가미된 독특한 비주얼은 이 영화가 가진 최대의 미덕이다.

'단적비연수'가 거친 액션에도 불구하고 여성적인 감성에 기대고 있다면 '리베라 메'는 남성적 힘이 넘치는 영화다. 부산영상위원회의 본격적인 지원을 받아 지은 2백여평 규모의 주유소 세트, 부산시 종합병원, 소방차량과 헬기 등 엄청난 물량과 시설이 동원됐다.

지능적인 연쇄 방화범과 소방대원들이 벌이는 사투가 영화의 골자다. 사이코적인 방화범 '희수(차승원)
'의 개인사는 나름대로의 설득력있는 드라마를 만들었고, 미스터리와 휴먼드라마의 본격 재난영화의 적절한 구색도 갖췄다. 아쉬운 것은 성실한 연출에도 불구하고 마음을 움직이는 감정의 상승작용은 미흡하다는 점. 이것은 최근 개봉되는 일련의 한국형 블록버스터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한계가 아닌가 싶다.

그러나 '리베라 메'의 주인공은 뭐니뭐니해도 '불'. 실제 주유소와 병원을 불태우며 만들어낸 생생한 화재장면은 가공할만한 불의 위력을 유감없이 보여준다. 시원스런 '불' 구경을 원하는 관객에겐 주저없이 권할 만한 영화다.

Joins 김은희 기자<jinnie@joins.com>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