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선 이스라엘·이란 평화의 물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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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로니 에드리가 ‘이란인들을 사랑한다’는 글을 캡처해 넣은 자신의 페이스북 표지(사진 왼쪽). 이에 호응해 이란의 한 커플이 ‘이란은 이스라엘인을 사랑한다’고 화답하는 포스터를 올렸다. 당국의 검열을 의식해 얼굴을 절반 정도 가렸다.

“나는 정부를 대표하진 않습니다. 우리가 전쟁을 하면 서로를 증오해야 합니다. 하지만 나는 평화를 사랑합니다. 여러분을 증오하지 않습니다. 당신들을 사랑합니다.”

 “우리도 이스라엘의 당신들을 사랑합니다. 우리 두 나라는 오래 전부터 이웃이었습니다. 사랑과 평화를 담은 당신의 메시지에 감사드립니다.”

 이스라엘에서 이란으로 전화를 거는 건 불가능하다. 이란에서도 마찬가지다. 이란은 이스라엘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으며, 이스라엘을 여행하는 건 불법이다. 정부 간 소통의 부재는 이란 핵 문제를 둘러싼 두 나라의 갈등을 전쟁 직전으로 키우고 있다. 하지만 지금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공간에선 두 나라의 보통사람들이 나누는 평화의 메시지가 물결처럼 오가고 있다.

 이스라엘의 로니 에드리(41) 부부가 지난 14일 페이스북에서 시작한 작은 캠페인 덕분이다. 그래픽 디자이너인 에드리는 부인 미카엘 타미르와 함께 페이스북에 ‘이스라엘은 이란을 사랑한다’는 제목의 페이지를 개설한 뒤 사진을 올리고 ‘이란인 여러분, 우리는 절대로 당신 나라를 폭격하지 않을 겁니다. 우리는 당신들을 사랑합니다(IRANIANS·we will never bomb your country. We ♥ You)’라는 글을 넣었다. 처음엔 ‘순진하고 바보같다’는 비난성 댓글이 붙었다. 하지만 채 24시간이 지나지 않아 이란인들이 반응하기 시작했고, 그 뒤로 수천 명이 참여하는 폭발적인 반향을 일으켰다.

 에드리는 19일(현지시간) CNN과의 인터뷰에서 “내 아이디어는 단순했다. 나는 소통하고 싶었다. 모든 사람이 전쟁을 말하고 있었다. 이란은 우리를 폭격할 것이고 우리는 폭격으로 대응할 거라는 얘기로 수군댔다. 그래서 나는 ‘이런 전쟁은 미친 짓’이라는 메시지를 상대편에 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몇 시간 만에 이란 사람들로부터 ‘당신의 포스터를 페이스북에서 봤다’는 반응을 얻어 정말 놀라웠다”고 덧붙였다. 이란의 경우 이스라엘 사람과 접촉하면 스파이 혐의로 기소될 수 있다. 그러다 보니 당국의 검열을 의식해 이란인들 중 일부는 자신들의 얼굴을 가린 모습을 찍어 페이스북에 올렸다. 이란의 수도 테헤란에서 온 메시지 중 하나엔 “이게 두 나라 간 우정의 시작이라고 말하지만 우리 역사를 돌이켜보면 오랜 시간 잊었던 형제·자매의 재결합에 가깝다”고 적혀 있었다.

 에드리 부부는 “두 나라뿐 아니라 이웃나라들로도 번지게 해 우리의 목소리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게까지 전달되게 하겠다”며 국제적인 반전 평화캠페인으로 확대시킬 뜻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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