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 해커들, 유대인 웹사이트 집중 공격

중앙일보

입력

5주간 계속되고 있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의 유혈충돌이 최근 사이버 세계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아랍 해커들이 이스라엘과 미국의 유대인 웹사이트들을 집중 공격하기 시작한 것이다.

지난 2일 파키스탄인으로 추정되는 해커들이 미국에서 활동 중인 친(親)이스라엘 성향의 유대교 라비의 웹사이트를 해킹, 사이트 회원들의 개인정보를 빼내 갔고 이스라엘계 미국인 공공위원회(AIPAC)의 웹사이트에도 누군가 침입해 기부자들의 신용카드 번호를 훔쳐내 인터넷 상에 공개해 버렸다.

하루 뒤인 3일에는 자신들을 아랍 회교도라고 밝힌 해커들이 유대교 성경협회(JBA)와 이스라엘 방문학생 협회(VISA), 그리고 한 이스라엘 민간회사의 웹사이트에 침입해 팔레스타인 희생자들의 사진과 함께 이스라엘을 비방하는 문구들을 남겼다.

특히, 해커들은 이스라엘의 한 대학 웹사이트에 "우리는 회교도를 상대로 자행되는 잔혹 행위에 대항해 해킹을 한다"는 글을 남겨 자신들의 투쟁목적을 밝히기도 했다.

더욱 우려할 만한 것은 아랍 해커들의 공격이 단순한 개인차원이 아닌 조직적으로 이뤄지고 있고 많은 아랍인들의 지지를 받으며 이들의 공격에 동참하는 해커들이 점차 늘고 있다는 점.

컴퓨터 보안 전문가들은 최근 속출하고 있는 이스라엘 웹사이트에 대한 공격을 해킹과 정치적 저항이 결합된 `핵티비즘(Hacktivism)''으로 부를 수 있다면서 핵티비즘은 일종의 연좌농성과 같은 것으로 비교적 손쉽게 목표 웹사이트의 기능을 마비시킬 수 있어 투쟁의 수단으로 점차 많이 이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또 "과거 유고 해커들과 멕시코 반군들이 정부에 저항하는 수단으로 해킹을 이용한 적이 있다"면서 "그러나 최근에는 적대국가의 민간기업 웹사이트에 침투해 정보를 빼내는 것과 같은 좀더 악의적인 수법도 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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