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종금사 ‘금호’…M&A 시장에 나온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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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마지막 종합금융회사’인 금호종금이 인수합병(M&A) 시장에 매물로 나온다. 외환위기 이후 간신히 명맥을 유지해온 종금업이 존폐의 기로에 서게 됐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호종금 대주주인 우리PE는 이번 주 중 매각주관사를 선정해 늦어도 다음 달 초 매각공고를 내기로 했다. 우리PE 관계자는 “금호종금에 투자한 지 5년째여서 투자자들이 자금 회수를 원하고 있다”며 “주관사 선정 뒤 되도록 빨리 매각을 진행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우리PE는 2007년 금호아시아나그룹으로부터 이 회사 지분 41.44%를 633억원에 인수했다. 금융권에선 2대주주인 아시아나항공 보유지분(16.7%)도 함께 매각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인수 후보론 증권·보험사 등 2금융권 회사들이 주로 거론된다. 금호종금이 갖고 있는 ‘영구 종금업 면허’의 매력 때문이다. 종금업 면허는 현재 우리·신한·외환은행과 메리츠종금증권 등이 갖고 있지만 길어도 2020년이면 시한이 끝난다. 금융권 관계자는 “종금업 면허가 있으면 CMA와 발행어음을 통해 은행처럼 예금을 받을 수 있다”며 “대출은 물론 채권 인수 등 증권업도 함께 할 수 있어 그야말로 종합금융을 제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PE 관계자도 “비은행 부문을 강화하려는 은행권은 물론 여·수신 업무를 하고 싶은 2금융권에도 종금업 면허가 매력적이라서 입찰에 생각보다 많은 금융사가 참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문제는 가격이다. 금호종금 주가는 19일 516원(액면가 500원)으로 마감해 우리PE 인수가격(주당 892원)을 한참 밑돌았다. 우리PE 보유지분의 평가액도 400억원이 채 안 된다. 2010년 이후 내리 적자를 낸 탓이다. M&A 시장 관계자는 “라이선스 가치와 경영권 프리미엄을 매각가에 반영하려는 우리PE와 회사가치를 보수적으로 평가하려는 잠재 매수자 간에 가격을 둘러싼 이견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인수자가 종금의 특성을 감안해 독자회사로 존속시킬 수도, 다른 회사와 합병할 수도 있다”며 “종금업이 은행과 증권사 사이에서 자리를 잡지 못하며 40여 년 만에 명맥이 끊길 위기에 처했다”고 말했다.

마지막 종합금융회사

금호종금은 1974년 경제개발 자금을 조달하려는 정부 정책에 따라 단기금융회사(단자사)인 광주투자금융으로 설립됐다. 94년 종합금융으로 업종을 전환한 뒤 30여 개의 다른 종금사와 함께 황금기를 구가했다. 달러가 귀하던 시절 종금사는 낮은 금리로 외국에서 빌려온 단기자금을 국내 기업에 장기로 빌려줬다. 하지만 외환위기로 자금줄이 끊기면서 줄도산을 면치 못했다. 유일하게 생존한 금호종금도 우여곡절을 겪었다. 2000년대 초반 중소기업 채권 인수와 대출로 명맥을 유지하다 2007년 우리PE가 대주주가 되면서 투자은행(IB) 업무를 본격화했다. 70명이던 임직원도 100명 이상으로 늘었다. 기업금융을 확대하고 미국 뉴욕의 AIG빌딩 인수를 주선하며 주가가 두 배 이상으로 뛰기도 했다. 하지만 은행·증권사에 비해 부족한 자본력과 2005년 이후 쌓여온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로 경영상태가 다시 악화했다. 광주광역시에 있는 본점과 서울 강남북, 목포 등에 4개의 영업망을 갖고 있는 금호종금의 자산 규모는 1조7000억원가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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