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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문화 살리는 이색 방송맨들

중앙일보

입력

풍물라디오 스튜디오 안에서 생방송을 앞둔 이종근(왼쪽), 김호종 씨가 밝게 웃고 있다.

‘ 방송’을 통해 지역문화 살리기에 나선 사람들이 있다. 풍물시장에서 유쾌한 입담으로 방송을 진행하는가 하면, 캠핑카를 몰고 지역축제를 찾아가 중계를 하기도 한다. 정겨운 시장 문화를 만들어 나가고, 우리 지역의 이야기들을 생생하게 전달하기에 하루하루가 충분히 보람차다는 이들을 만났다.

두 DJ 3년째 풍자 만담, 서민 애환 달래

 서울 동대문구 신설동에 자리한 서울풍물시장. 매주 수요일 오전 11시30분이면 아바의 ‘댄싱퀸’같은 경쾌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풍물라디오’의 시그널 음악이 하루 장사의 시작을 알리는 ‘모닝콜’ 역할을 한지 햇수로 벌써 3년째다.

 “상인 여러분, 그리고 이 시간 풍물시장을 찾아주신 고객 여러분, 풍물라디오 추억열차의 브루스리 그리고 산에 인사 드립니다.”

 이들의 스튜디오는 시장 2층에 오픈 스튜디오로 차려져 있다. 상인이든 고객이든 지나가다 DJ들과 눈이라도 마주치면, 어김없이 스튜디오 안으로 불려 들어간다. 이곳에서 녹음하는 방송은 매주 ‘아프리카((afreeca.com/pmbradio)’를 통해 실시간으로 생중계 되기도 한다.

 풍물라디오는 2010년 서울시 지원을 받아 서울풍물시장상인회가 주축이 돼 개국했다. 현재는 ‘브루스리’라는 예명의 이종근(51)씨와 ‘산에’라는 예명을 쓰는 김호종(44)씨 두 DJ가 꿋꿋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다. 두 사람 모두 풍물시장 내에서는 예전부터 노래와 춤으로 ‘한 가닥’ 했던 상인들이다. 방송은 매주 ‘추억열차’라는 제목 아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다양한 영역의 이슈를 아우른다. 사회 현황을 날카롭게 분석하는 칼럼에서, ‘별들의 고향’의 신성일과 안인숙을 맛깔 나게 묘사하는 코미디언 역할까지. 이 두 콤비 DJ의 활동 영역은 무한대다. “상인들이 와서 피로회복제를 건네주곤 한다”는 이씨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기지만, 방송이 풍물시장의 활성화에 작으나마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전했다.

캠핑카에 인터넷 방송국 차려 전국 누벼

직접 만든 장비로 방송 중계의 효율성을 높인 심현용씨의 모습, [사진=심현용 제공]

 스마트폰 3대와 태블릿PC 3대. 더불어 노트북 3대와 데스크탑 컴퓨터 2대까지. 실시간 모바일 생중계 방송을 위해 심현용(60)씨 개인이 갖춘 방송장비들이다. 여기에 손수 개조한 캠핑카도 있다. 그는 전국 방방곡곡의 지역축제 현장을 누비며 12년째 인터넷 방송을 해오고 있다.

 40대 후반 무렵, 웹 서핑 중 우연히 접한 인터넷 방송은 그에게 신선한 충격이었다. 그는 직접 4050을 위한 인터넷 방송을 꾸려보자고 작정했다. 2003년 처음으로 캠핑카를 가지고 이동식 인터넷 방송을 시작했다. 무선인터넷이 생기면서 이동성을 갖출 수 있게 된 점이, 레크레이션 지도자 직업을 갖고 있어 여러 곳을 움직여야 하는 그의 의욕을 특히 자극했다.

 “과연 시청자들이 무엇을 보고 싶어 할 것인가를 생각했어요. 내 얼굴은 하루만 봐도 식상하잖아요(웃음).”

 우연한 기회에 문경을 지나던 그는 ‘문경찻사발축제’ 푯말을 보고 ‘이거다!’ 싶었다. 그의 축제 중계 방송은 현장 분위기가 궁금했던 시청자들에게 폭발적 반응을 얻었다. 이후 그의 인터넷 방송국(home.jjanglive.com/wingshim)은 가장 최근의 ‘평창송어축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지역축제들을 소개해왔다.

 그는 철저히 축제를 즐기는 사람의 입장에 서서 중계한다. 예컨대 송어를 잘 낚는 사람의 만족감을 포착해 시청자로 하여금 축제에 참여하고 싶게끔 만들고, 송어를 잘 못 낚는 사람의 좌충우돌하는 모습을 비춰 웃음짓게 만드는 식이다.

 심씨는 요즘 각 마을 동장, 통장, 이장에게 마을방송국을 운영하도록 노하우를 전수하고 있기도 하다. “마을 자체적으로 행사를 생중계 하면, 보다 많은 사람들이 지역 소식을 나눌 수 있을 것”이라는 게 더더욱 바빠진 그의 신념이다.

<한다혜 기자 blushe@joongang.co.kr 사진="김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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