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남녀의 엇갈린 사랑과 운명,'단적비연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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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쉬리'로 대박을 터뜨렸던 강제규 필름이 내놓는 첫 야심작, 최진실,설경구,김윤진,김석훈,이미숙 등 화려한 캐스팅, 45억원의 엄청난 제작비와 무려 9개월간의 촬영기간 그리고 개봉전 일본배급이 확정되었다는 소식까지. 이러한 외적조건들은 '단적비연수'가 올가을 최대의 화제작이 될 거라는 관심과 기대를 모으기에 충분했다.

모습을 드러낸 '단적비연수'는 이런 관심에 기대에 걸맞게 웅장한 스케일을 갖췄고, 동양적인 모티브에 상상력이 가미된 독특한 비주얼은 무엇보다 돋보였다.

'전생과 인연'이라는 동양적 소재를 활용, '은행나무침대' 주인공들의 전생으로 거슬러 올라가 네 남녀의 엇갈린 사랑과 운명을 담고 있다. 여기에 첨단 특수효과를 덧씌워 판타지 멜로의 분위기를 풍긴다.

천하를 지배하려는 야욕을 위해 매족의 여족장 '수'(이미숙)는 화산족의 '한'을 유혹해 '비'(최진실)을 잉태한다. 신산의 저주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비'를 제물로 바쳐야하기 때문이다. 죽음직전 '한'에 의해 구출된 '비'는 화산족 마을에 정착해 성장하고, 같은 또래의 '단'(김석훈)과 '적'(설경구) 그리고 '연'과의 엇갈리는 사랑과 운명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된다.

이별과 운명을 받아들이는 무한한 사랑의 '단'과 운명도 헤쳐가는 절대적 사랑의 '적', 이룰 수 없는 사랑의 운명을 타고난 '비',그저 바라볼 수 밖에 없는 애절한 사랑의 '연' 은 엇갈리는 운명을 통해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대변하는 캐릭터들이다.

그러나 단,적,비,연, 네 남녀가 지닌 모던한 캐릭터들은 수천년전 신화시대의 신비스런 배경과 어딘지 어울리지 않는 어색함이 엿보인다. 이들의 캐릭터뿐 아니라 연기 또한 시종일관 지속되는 웅장한 스케일에 파묻혀 버린 느낌이 들 정도로 무난하다. 야욕과 증오를 지닌 여족장 '수'를 맡은 이미숙의 연기는 그중 가장 돋보인다.

그들의 엇갈린 인연과 운명의 인과관계를 보다 잘 이해하기 위해서 대강의 스토리를 미리 알고 난 후, 영화를 보는 것이 오히려 처음부터 이야기를 따라가는데 도움이 될 것 같다.

'단적비연수'는 강제규 감독과 10년 고락을 함께 해 온 박제현 감독의 데뷔작. 박 감독은 "운명의 소용돌이에 휘말린 주인공들의 모습을 통해 사랑의 영원성과 절대성에 대해 말하고 싶었다"고 밝혔다."해답은 영화를 보고 난 후 관객들이 결정할 몫"이라는 박제현 감독의 말처럼 이제 남은 것은 관객들의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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