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의료시대 현장] 조기 위암 30분만에 말끔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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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섬유화증으로 호흡곤란에 시달리던 함모씨(93·서울 강남구) 에게 속쓰림 증상이 나타난 것은 작년말. 위장내시경검사에서 위암진단이 내려졌다. 다행히도 직경 2㎝의 크기로 점막에만 암세포가 국한된 조기위암이었다.

조기위암의 수술 완치율은 95%. 그러나 함씨는 폐섬유화증이란 지병이 있는데다 고령이므로 전신마취가 곤란해 수술이 불가능했다. 진퇴양난에 빠진 함씨를 구원한 것은 내시경으로 암세포만 떼어내는 내시경 점막절제술이었다. 올해 1월 서울J병원에서 내시경 점막절제술을 받은 함씨는 현재까지 재발하지 않은 상태다.

조기위암을 간편하게 치료할 수 있는 내시경 점막절제술이 각광받고 있다.내시경 점막절제술이란 내시경 끝에 달린 전극의 고주파열을 통해 암세포를 태워 잘라내는 최신 치료법.

일본에서 처음 개발된 내시경 점막절제술은 90년대 중반 국내 의료계에 도입되어 서울대병원.서울중앙병원.고려대안암병원.순천향대병원 등 대부분의 대학병원 소화기내과에서 활발하게 시술되고 있다.

내시경 점막절제술의 최대 장점은 배를 열지 않으므로 흉터가 생기지 않고 위장을 잘라내지 않아도 된다는 점. 시술 다음날 바로 미음이나 죽 등 식사가 가능할 정도로 환자가 겪는 신체적 부담도 적다. 마취가 필요없고 시술시간은30분이면 충분하다.

따라서 입원기간이 짧고 치료비용도 적다.수술할 경우 2주간 입원에 최소 2백만원 이상의 치료비가 드는 반면 내시경 점막절제술은 1∼5일간 입원에 치료비도 70만원 안팎이다.

위암 직전 단계인 이형성증(異形成症) 까지 찾아내 예방차원에서 제거할 수 있다는 장점도 빼놓을 수 없다. 이형성증을 내버려두면 수 년 후 50% 이상 위암으로 진행될 수 있는데 내시경 점막절제술을 통해 간편하게 없앨 수 있기 때문.

그렇다고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수술에 비해 암세포가 남아 재발할 수 있다는 점이 단점으로 지적된다. 재발을 가늠하는 포인트는 암의 깊이다.암세포가 점막 아래까지 깊숙히 침투할 경우 위장 주위 림프절로 쉽게 전이되므로 내시경 점막절제술을 받아도 소용이 없다. 크기도 중요하다. 크기가 클 경우 떼어내기 어려울뿐더러 눈에 보이지 않은 미세잔류 암세포가 남아있을 수 있기 때문.

서울대병원 내과 송인성교수는 “조기위암이라도 암세포가 튀어나온 융기형의 경우 직경 2㎝ 이내,움푹 들어간 함몰형의 경우 직경 1㎝ 이내로 엄격하게 시술대상을 제한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밝혔다.이렇게 해야 림프절 전이를 통한 재발 확률을 1만분의 1로 줄일 수 있다는 것.

부산대의대 내과 송근암교수도 “떼어낸 경계면로부터 최소 2㎜까진 암세포가 없어야하는데 그렇지 못한 불완전 절제도 평균 26%나 된다”며 내시경 위점막절제술의 단점을 비판했다.

그러나 최근 기계발달과 경험축적으로 공격적인 시술도 이뤄지고 있다.순천향병원 내과 심찬섭교수는 “위암조직을 3∼5개 조각으로 나눠 떼어내는 방법으로 직경 5㎝까지 적용범위가 확대됐으며 불완전 절제시 미세잔류 암세포는 레이저나 아르곤플라즈마 열로 태우는 방법을 통해 극복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95년 이후 4백여건의 시술을 해와 이 분야 최다기록을 갖고 있는 서울중앙병원 내과 정훈용교수도 “일본 도쿄암센터의 경우 직경 7㎝의 조기위암까지 내시경 점막절제술로 떼어낸다”고 말했다.

내시경 점막절제술의 적용범위를 얼마나 확대할 것인지는 사례축적을 통한 추후 검증이 필요하다.그러나 조기위암 치료에 수술은 나쁘고 내시경 점막절제술은 좋다는 결론은 곤란하다. 편이성에선 뒤지지만 암의 확실한 제거란 측면에선 수술이 약간 앞서기 때문이다.

송교수는 “융기형 2㎝,함몰형 1㎝ 이내란 원칙을 지키면 내시경 점막절제술과 수술의 완치율이 비슷하므로 간편하고 값싼 내시경 점막절제술이 좋다”고 강조했다.하지만 이를 벗어난 경우라면 담당의사와 상의해 수술의 안전성과 내시경 점막절제술의 편이성을 환자가 직접 저울질해 선택할 수 밖에 없다.

물론 고령이나 만성질환으로 수술이 어려울 경우라면 내시경 점막절제술이 유일한 대안이다.문제는 내시경 점막절제술의 대상자가 일본에 비해 턱없이 적다는 것.

전체 위암환자의 10%가 조기위암이며 이중 25%가 내시경 점막절제술의 대상자가 되는데 비해 일본은 조기위암 비율이 50%나 되며 이중 75%가 내시경 점막절제술을 받는다. 조기위암 발견을 위한 내시경 검사가 보다 확산되어야한다는 결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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