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캘리포니아에 '얼음집' 세울 터"

중앙일보

입력

보안업체의 이름이 ‘얼음집’이란 뜻의 ‘이글루’다. 북풍한설을 막아주는 따뜻한 집. 뭔가 보안과 연관 되는 듯도 하다. 하지만 다른 의미가 있을 것도 같은데….

“짐작하셨듯 얼음집은 일단 북극의 강한 바람을 막아주는 역할을 하잖아요. 북풍처럼 몰아치는 해킹으로부터 보호해 준다는 의미를 일차적으로 담고 있어요. 또 이글루에는 출입구가 하나이기 때문에 출입을 쉽게 통제할 수 있으므로 들고 나는 것을 철저하게 걸러준다는 뜻도 포함하고 있답니다.”

하지만 보다 깊은 의미로 이글루(igloo)에서 ‘i’는 인터넷(internet)을, ‘g’는 글로벌(global)을, 그리고 또 발음상 같은 단어 ‘글루(glue)’에서 따와 정보사회에 없어서는 안될 ‘접착제’ 역할을 한다는 생각에서 ‘이글루’라 이름 지었다고 이글루시큐리티 이득춘 대표(38)는 말한다.

이글루시큐리티는 보안의 다양한 영역 중에서 보안관제 서비스에 주력하는 업체. 관제센터에서 고객사의 각종 시스템을 모니터링 해 해커 침입 등의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신속 대응, 시스템을 보호하는 서비스 제공에 힘을 쏟고 있다.

사무실 한쪽에 마련된 이글루의 관제센터는 원격으로 고객사의 시스템을 보호하는 첨단장비들로 가득차 있다. 이러한 보안 서비스 분야는 우리 나라는 물론 미국에서도 아직 초기 단계. 시장이 성숙되지 않은 미개척 분야라는 말이다.

“이글루는 궁극적으로 세계시장, 특히 미국시장 진출을 목표로 합니다. 이 달 안으로 미국 캘리포니아 얼바인에 현지법인을 설립, 미국시장 공략을 본격화 할 계획입니다. 아직 시장이 형성되고 있는 중인 만큼 위험부담이 있는 게 사실이지만 역으로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기회가 더 많다고 생각해요.”

보안분야의 세계적인 선두주자 체크포인트社에 있는 우리 나라 현지 인력으로부터 각종 정보를 제공받는 한편 최근 포드社에서 보안분야를 담당하던 인력을 영입, 조직을 갖춰 나가고 있다.

CEO도 현지에서 채용할 계획. 사업을 하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휴먼 네트워크라 믿기 때문이다. 이 CEO에게 전폭적인 권한을 부여, 그가 갖고 있는 네크워크를 최대한 활용토록 해 빠른 시일 안에 미국에서 뿌리를 내린다는 복안이다.

李사장은 현재의 보안산업 트렌드가 각 분야의 통합이라고 본다. 한 회사가 모든 분야를 커버할 수는 없는 일. 따라서 특화된 영역을 가진 업체들끼리의 제휴관계를 통해 시너지 효과를 내는 쪽으로 사업전략의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하지만 쉽지 않은 작업이다. 업체들이 너무 자사 이익에 집착, 李사장의 의중을 아직 잘 파악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왠지 손해보는 느낌 있잖아요. 내어준 것이 얻은 것보다 더 큰 것 같은 느낌 말입니다. 어려워요. 살을 내어주면서 뼈를 얻는다는 전략으로 사업을 하면 더 큰 것을 서로 얻을 수 있는데 너무 현실만 붙잡고 있는 것 같아요.”

사업을 하는데 있어서는 지금(now)뿐 아니라 다음(next)까지 같이 준비해야 한다는 게 李사장의 지론이다.

李사장은 항상 모든 걸 낙천적으로 생각한다. 이것이 CEO의 필수 자질이라 여긴다. 또 항상 직원들과 희망을 공유하려 한다. 위기 속에서 기회를 찾으려는 적극적인 생각도 李사장의 이 같은 생각에서 비롯된다.

“후배들이 보다 더 큰 꿈을 꿀 수 있도록 성공 스토리를 만들어 줬으면 좋겠어요. 내가 이뤄놓은 것은 결국 내 것만이 아니라 후배들이 활동할 수 있는 토대도 되는 거잖아요.”

李사장은 40까지 모든 걸 완성하고 이후에는 하고 싶은 사회복지 사업을 맘껏 하는 꿈을 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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