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퇴출 D-1, 사망선고 기업 늘어날듯

중앙일보

입력

부실징후 기업 '살생부' 발표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2백87개 판정대상 가운데 살생부에 오를 기업은 40~50개다.
발표를 하루 앞두고도 숫자가 왔다갔다하는 것은 채권단에 '칼자루' 를 맡겼기 때문이다.

채권단끼리 의견이 엇갈려 3일 오전까지 엎치락뒤치락할 기업이 30여개나 된다는 것.
이에 따라 판정대상 기업들도 은행 설득에 필사적으로 나서고 있다.

그러나 금융감독원이 이번 판정에서 살리자는 결론을 낸 기업은 찬성표를 던진 은행들이 자금부담을 모두 떠안도록 해 당초 예상보다 퇴출 쪽으로 결론날 기업이 많아질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 50개 안팎 압축〓2백87개 판정대상은 세 등급으로 분류됐다.
1등급이 정상. 2등급은 일시적 자금난을 겪는 기업이다.

구조적 문제가 있는 3등급은 다시 두 부류로 나뉘는데 ▶3-1은 자구노력을 전제로 채권단이 도와주면 살 수 있는 기업▶3-2는 회생 불가능 기업이다.

문제는 정리대상인 3-2등급이다.
20여개는 3-2등급에 포함돼 퇴출이 이미 확정됐다.
동아건설.서한 등이 이런 예다.

30~40개사는 3-1이냐 3-2냐의 기로에 서 있다.
3-2에 들어가면 법정관리.청산 등으로 퇴출되고 3-1에 포함되면 채권단의 출자전환이나 매각 등으로 회생의 길에 들어선다.

현대건설이나 쌍용양회 등이 여기에 속한다.
금감원은 3-2에 포함돼 퇴출될 기업을 40~50개로 추산하고 있다.

사느냐 죽느냐는 3일 오전까지 잇따라 열릴 채권단협의회에서 표대결로 최종 결정된다.

◇ '빅3' 의 향방〓동아건설은 이미 퇴출 쪽으로 결론이 났다.
문제는 현대건설과 쌍용양회.
현대건설의 경우 지난 8월 발표한 자구계획 1조6천억원을 이행할 방안을 내놓으라는 게 정부와 채권단의 요구인데, 이미 5천억원은 자구계획을 이행한 만큼 1조원 정도의 현금을 마련할 방법이 추가로 필요하다는 얘기다.

지금으로선 정주영 전 명예회장이 보유한 현대자동차 지분 3%와 정몽헌 회장의 현대중공업 지분 등 '값 나가는' 주식이 가장 확실한 자구계획이란 게 채권단의 판단이다.

쌍용양회는 주채권은행인 조흥은행과 다른 은행의 입장이 팽팽히 맞서있다.
다만 일본으로부터 외자유치까지 성공했는데 곧바로 법정관리에 넣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따라서 조건부로 살려주는 방안이 유력하다.

◇ 희비 엇갈리는 기업〓덩치가 큰 기업이 변수다.
고합은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이후 기업내용이 좋아져 매각 쪽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양상선도 살리자는 쪽으로 은행들의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고 채권단 관계자는 전했다.

그러나 성신양회나 진도 등은 자구계획 실현 가능성이 의심받고 있어 채권단을 설득할 추가 자구계획이 필요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갑을의 경우도 채권단 내 의견이 팽팽히 맞서 막판까지 표대결을 벌일 것으로 전망된다.

채권단 관계자는 "채권단협의회에서 채권액수에 비례해 표결로 생사 여부가 결정되기 때문에 막판에 어떻게 반전될지 알 수 없는 기업이 많다" 며 "경우에 따라 의외의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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