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꽃의 여자 나혜석' 장기공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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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도 인간이다. 남자는 정조를 지키지 않으면서 여자에게만 정조를 요구할 권리는 없다."

1920-30년대 가부장적 사회에서 당당히 여권을 주장한 우리나라 최초의 여류 서양화가 나혜석. 그가 연극으로 되살아났다.

산울림 소극장이 연말까지 장기공연중인 '불꽃의 여자-나혜석'. '위기의 여자' '담배 피우는 여자' 등 여성연극의 산실인 산울림의 개관 15주년 기념 공연시리즈 마지막 작품이다.

나혜석 연구가인 유진월 한서대 문예창작과 교수와 산울림 예술감독인 연출자 채윤일씨의 이번 작품은 자칫 신파조로 기울 수 있는 소재를 깔끔하게 완성시켰다.

연출자는 "온몸으로 고루한 조선사회에 항거한 나혜석의 삶과 죽음은 비극적 인간으로서의 위대한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연극은 '위대한 인간' 나혜석 보다는 이념과 현실 사이에서 흔들리는 인간 나혜석을 그렸다"고 설명했다.

'아이는 에미의 살점을 떼어먹는 악마'라고 분노하던 나혜석이 이혼후 아이들을 그리워하는 대목은 인간 나혜석'과 '여성 나혜석' 사이에서 갈등하는 모습을 실감있게 그려냈다.

나혜석 역을 맡은 신인 박호영씨는 시종 조용하면서도 당당한 어조로 극을 이끌었다. 남편 김우영 역에 안석환, 최린 역에 전국환씨가 출연한다.

연말까지 오후7시. 수·금·토 오후3시 추가. 일요일 오후 3시. 월요일 쉼. 02-334-5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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