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중·고 17만 명 학교폭력 당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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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손목을 몇 번씩 칼로 그어 자살까지 시도했어요. 아이들의 괴롭힘을 견딜 수 없었거든요. 지금도 정신과에서 우울증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폭력 피해 학생들이 마음 놓고 학교에 다닐 수 있게 해주세요.”

 교육과학기술부가 한국교육개발원에 의뢰해 전국 558만 초·중·고생(초교 4학년 이상)을 대상으로 처음 실시한 학교폭력 전수조사에서 한 중학생이 밝힌 말이다.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139만 명 중 12.3%인 17만 명이 최근 1년 이내에 폭력 피해를 경험했다고 답변했다.

중학생 10명 중 3명(33.3%)은 자신이 다니는 학교에 일진 또는 폭력서클이 있다고 말해 학교 내에 일진 문화가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진·폭력서클이 있다고 답변이 나온 학교는 전체 초·중·고(1만1672곳) 가운데 82.1%(9579개 교)였다. 특히 100명 이상이 이 같은 응답을 한 학교도 643곳(5.5%)에 달했다. 일진·폭력서클이 있는 곳은 초등학교 23.7%, 고등학교 11.6%였다.

 김태완 한국교육개발원장은 14일 “설문에서 밝혀진 3138건에 대해서는 경찰이 즉각 수사에 나서는 등 (이번 조사가) 학교폭력 근절의 기본 자료로 활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학교폭력 피해 비율은 초등학교(15.2%)와 중학교(13.4%)에서 높았고 고등학교(5.7%)는 상대적으로 낮았다. 지역별로는 강원·충남·서울 순이었다.

 피해 유형은 말로 하는 협박과 욕설(37.9%)이 가장 많았다. 인터넷 채팅과 e-메일, 휴대전화를 통한 ‘사이버불링(사이버 괴롭힘)’과 특정 학생을 집단 소외시키는 따돌림이 두 번째(13.3%)였다.

 교과부 오석환 학교폭력근절추진단장은 “643개 학교처럼 폭력 피해율이 높은 곳은 위험 학교로 분류해 경찰 조사 등 강도 높은 조치를 하겠다”고 말했다.

교과부는 학교폭력 사례 13만여 건 중 10만6000건은 학교에 즉각 조치를 요구하고 3138건은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하지만 이번 조사의 설문 회수율이 25%에 그쳐 일반화에 무리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조사는 1월 18일부터 2월 20일까지 한 달간 우편으로 진행됐다.

윤석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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