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tch] 왜 … 스위스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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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시계 산업 연합회(FH)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스위스 시계 산업은 역대 최고 수출액을 달성했다. 물량면에서도 최고 기록을 세웠다. 수출액은 전년도보다 29억 스위스프랑(약 3조6000억원) 증가한 181억 스위스프랑(약 22조6000억원)에 달했다. 무려 19.3%나 증가한 수치다. 전 세계 시계 시장을 쥐락펴락 하는 스위스 시계 산업을 중심으로 시계 시장의 특징을 분석했다.

◆거대 그룹 간 경쟁으로 이뤄진 시계 시장= 그룹이 보유한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보면 왜 이들의 영향력이 큰지 알 수 있을 정도로 면면이 화려하다. ‘스와치 그룹’엔 브레게·블랑팡·오메가·론진·라도 등이 속해 있고 ‘리슈몽 그룹’에는 카르티에·피아제·IWC·몽블랑·오피치네 파네라이 등이 있다. 태그호이어·쇼메·위블로·제니스 등은 ‘LVMH’ 산하 브랜드다. 내로라 하는 시계 브랜드가 명품 그룹화 하는 와중에 세계적인 영향력을 과시하는 독립 시계 제작사로는 파텍 필립, 롤렉스 등이 남아 있다.

대형 그룹 체제로 재편된 시계 브랜드들은 그룹 내에서 서로의 이점을 공유하기도 한다. 시계 제작의 핵심 요소인 무브먼트 제작 기술이 앞서가는 A브랜드가 있다면 이 브랜드의 무브먼트를 같은 그룹 내의 B 브랜드가 가져다 쓰는 것이 한 유형이다. 시계만 전문으로 하는 최고급 시계 브랜드도 있지만 카르티에나 반 클리프&아펠 같은 브랜드는 보석으로도 유명한데 이런 브랜드에선 보석 세공 기술을 같은 것을 그룹 내의 다른 브랜드와 공유하기도 한다.

‘바젤월드 2012’의 오메가 전시장(위)과 바젤 전시장에 관람객들이 시계를 살펴보고 있다.

◆시계 산업과 스와치 그룹=스와치 그룹은 특히나 ETA사(社)를 보유하고 있어 시계 시장에서 영향력이 크다. 과도한 영향력 탓에 ETA는 독점적 지위와 관련해 스위스 정부의 조사를 여러차례 받기도 했다. 1793년 설립된 시계 제작소에 뿌리를 두고 있는 ETA는 200여년에 걸친 인수·합병 과정을 통해 스와치 그룹의 핵심 멤버로 자리 잡았다. ETA는 시계를 만드는 데 쓰이는 모든 부품을 생산하고 있어서 ETA가 공급 제한 조치를 취할 경우 스위스 시계 산업 자체가 붕괴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곤 할 정도다. 실제로 2002년 7월 이 회사는 2003년부터 반조립 상태의 무브먼트 공급량을 줄이고 2006년부터는 완제품 무브먼트만 공급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완제품이라야 더 비싼 값에 팔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스위스 정부도 산업 보호를 위해 ETA의 절대적 영향력을 규제할 방법을 찾아내기 위해 노력 중이다. ETA가 시장 내의 지배적 위치를 활용해 스와치 그룹만의 이익을 취한다는 비판도 있긴 했지만 이때를 기점으로 여러 브랜드가 자체 무브먼트 생산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시작했다는 점에선 스위스 시계 산업의 경쟁력이 한차원 높아졌다는 분석도 있긴 하다.

LVMH는 세계 최대 명품 그룹답게 루이뷔통이란 잡화 브랜드 외에도 쟁쟁한 시계 브랜드 여러 개를 보유하고 있다. 유통업체 세포라까지 아우르기 때문에 말 그대로 LVMH에는 소비를 부추기는 제품과 관련된 모든 것이 있다고 할 수 있다. LVMH의 아르노 회장은 인수·합병 전문가로 유명한데 시계 브랜드 역시 계속해서 사들이고 있다. 최근에 이 그룹에 합류한 브랜드 중에선 ‘위블로’가 가장 주목을 받는 브랜드다.

◆‘스위스 메이드’ 시계의 위력=LVMH는 프랑스 증시에 상장돼 있고 소유주의 국적도 프랑스지만 브랜드 이름이 무엇이든 간에 시계 브랜드 자체의 국적을 따질 경우 시계 시장 점유율(수출액 기준) 1위는 압도적인 차이로 스위스가 차지하고 있다. 수출액으론 2위인 홍콩의 2배가 넘고 유럽 내의 경쟁자인 프랑스·독일과는 20배 가까운 차이를 보이고 있다. 시계 산업과 관련한 흥미로운 통계는 시계 수출량이다. 중국은 지난해 6억8000만개의 시계를 수출했고 스위스는 3000만개 조금 못 되는 물량을 해외에 내다 팔았다. 하지만 수출액에선 스위스가 중국보다 7배 가량 더 많은 금액을 받았다. 단순 계산으로도 스위스 시계의 평균 수출 금액이 중국산 시계보다 약 160배 높은 값에 팔리는 것을 알 수 있다.

FH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올해 1월 한달간 412억원 어치의 스위스 시계를 수입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조사 대상 30개국 중 11번째로 많은 것이다. 금액을 기준으로 해 2010년과 2011년을 비교하면 수입액 증가율이 38.6%에 달해 상위 15개국 중에선 가장 큰 폭으로 수입 물량이 늘어난 국가로 나타났다. 2009년과 2011년을 비교하면 61.4%나 늘어난 것으로 우리나라가 세계 고급 시계의 주요 소비처가 돼 가는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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