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숙 “제주 해군기지, 안보적 측면에선 반대 안 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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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명숙 민주통합당 대표(가운데)가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답변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현종 문화일보 논설위원, 이강덕 KBS 해설위원, 한 대표, 김민배 조선일보 뉴미디어실장, 이영성 한국일보 논설위원. [최승식 기자]

한명숙 민주통합당 대표가 제주 해군기지와 관련해 “안보적 측면에서 필요성을 반대하는 게 아니라 주민 반대와 절차적 하자가 크기 때문에 반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12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다.

 한 대표가 종전의 입장과 달리 기지의 필요성 자체를 부정하는 대신 비민주적인 절차의 문제를 지적한 것은 자신을 겨냥한 ‘말 바꾸기 논란’에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주 9일 이명박 대통령은 중앙부처 국·과장과의 대화에서 ‘총리 재직 시와 다른 한 대표의 의견’을 비판했다. 이에 대해서도 한 대표는 이날 “이명박 정부의 그러한 말씀은 정말 과장급 정도의 사고를 하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며 “과장급은 잘못된 계획이라도 수정할 권한과 책임이 없지만 지도자는 그러한 책임이 있다”고 했다.

 한 대표는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도 함께 겨냥했다. 그는 “지난해 12월 국회에서 해군기지 예산 삭감에 여야가 합의한 것은 박근혜 위원장 시절”이라며 “그 의미는 기지 건설을 중단하라는 취지”라고 했다. 말 바꾸기를 역으로 공격한 것이다.

 ◆한·미 FTA는 ‘재협상’=한 대표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해서도 ‘변화된 상황’을 강조했다. 그는 “이명박 정권의 굴욕적 외교 결과인 FTA는 반대 입장으로 (참여정부 시절과) 내용과 상황이 달라졌다는 것이 중요한 핵심”이라며 “당시 노무현 대통령은 ‘국익이 없으면 중간에 중단해도 좋다. 한·미 관계에 정치적 요인도 많지만 장사꾼 입장에서 하라’며 국익을 강조했다”고 말했다. 그는 “잘못된 정책과 과거를 고집하는 것은 진짜가 아니다”고 했다.

 ‘폐기’ 대신 ‘재협상’을 수차례 강조하기도 했다. “폐기 주장은 잘못된 것이라고 이해해도 되는가”라는 질문엔 “재협상을 강조한다는 뜻으로 이해해 달라”고 피해 갔다. 통합진보당과의 정책연대에 대해서는 “의견 차이가 있지만 그 차이를 명기했다”며 “저희는 재협상에 방점을 두고 있다”고 강조했다.

 ◆안철수 영입·후보단일화 모두 가능=모바일 국민경선에 대해서는 박근혜 위원장의 발언을 문제 삼았다. 한 대표는 “박 위원장이 광주 투신 사망사건 이후 저희를 향해 ‘모바일 투표는 비리의 극치다’는 표현을 했다”며 “2000만 모바일 시대에 여당 대표가 그렇게 말씀하시는 것은 무식의 극치가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1987년 6월항쟁 이후 대통령 간선제가 직선제로 전환될 때도 여러 부작용 우려가 있었다. 부작용 우려 때문에 지금도 ‘체육관 선거’를 한다면 얼마나 후진적이겠느냐”고도 했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과의 연대방안에 대해서는 영입과 후보단일화 등 어느 것이든 가능하다고 밝혔다. 한 대표는 “어떤 방법이든 안 원장이 어떤 결단을 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며 “어떤 방법이든 안 원장이 결합해 국민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대선이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호남 물갈이 아닌 세대 교체=한 대표는 “민주통합당 공천이 국민 기대에 부합하지 못해 싸늘한 비판을 받은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공심위가 어느 때보다도 독립적이고 자율적이고 공정하게 정말 잘했다”고 강조했다.

 비리 연루자는 공천을 받았더라도 ‘총선 불출마’ 등 결단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발언도 했다. 한 대표는 “임종석 사무총장은 당에 누를 끼치지 않기 위해 자기 자신이 사퇴했다”며 “앞으로 이런 기준에 저촉되는 사람들도 결단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에 따라 형사재판을 받고 있거나 과거 유죄 확정판결을 받은 이화영·신계륜·이부영 전 의원의 거취 문제가 주목받게 됐다.

 공천에서 탈락한 옛 민주계의 반발에 대해서는 “호남이 몰락했다기보다는 호남에서도 세대 교체가 일어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며 “호남에서 많은 현역 의원이 탈락했는데 그분들이 탈락하면 경상도 사람이나 서울 사람이 당선되는 것이 아니다. 거기서 호남의 좋은 분들이 나타나 당선된다”고 했다.

 노무현계와 486인사에 유리한 공천이 이뤄졌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해명했다. 그는 “두 전직 대통령을 구분하는 것은 민주정부 10년을 둘로 갈라 놓는 것이나 마찬가지다”며 “공천받은 사람 중 친DJ, 친노무현이 아닌 사람이 없다. 반노무현, 반DJ가 있느냐”고 했다. 486에 대해서도 “386이 이제는 486이 되고, 곧 586이 될 것”이라며 “이 사람들이 민주통합당의 중심에서 일할 세대가 됐다.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했다.

관훈클럽 토론회서 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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