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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리뷰] ASEM페스티벌 오케스트라 外

중앙일보

입력

지난 주말 아시아유럽 정상회의(ASEM)를 기해 서울에서 열린 ASEM페스티벌은 예술의전당과 세종문화회관의 기획력을 비교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유일한 '공식 음악행사' 에 출연한 ASEM 페스티벌 오케스트라(지휘 금난새)는 세종문화회관이 ASEM 준비기획단과 아시아.유럽재단(ASEF)의 지원을 받아 25개 회원국 출신 단원으로 구성한 것이다.

하지만 이들이 19일 세종문화회관에서 들려준 음악은 '꿈의 오케스트라' 와는 거리가 멀었다.

자국의 민속의상을 입고 행사 분위기를 고조시키는데는 기여했지만 연습 시간이 짧아 '지구촌의 하모니' 을 빚어내는데는 미흡했다.

바이올리니스트 강동석, 피아니스트 파스칼 드부아용, 첼리스트 필립 뮬러 등이 협연자로 나선 베토벤의 '3중 협주곡' 은 잦은 음정 불안과 호흡의 불일치로 기대 수준에 크게 못 미쳤고, 드보르자크의 '신세계 교향곡' 3악장에서는 인상적인 선율들을 짜깁기한 것처럼 작품을 해석해 놓았다.

예술의전당이 기획한 '10월 음악축제' 는 문화관광부의 ASEM 행사 지원금으로 가능했던 서울시향.KBS교향악단.코리안심포니의 공연과 한국도요타자동차의 기업음악회(나고야필하모닉 내한공연), 산타체칠리아 오케스트라 내한공연을 엮어 놓은 것이다.

그중 단연 압권은 재일동포 지휘자 김홍재와 피아니스트 백건우, KBS교향악단의 만남(20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이었다.

서곡.협주곡.교향곡으로 진행되는 오케스트라 정기연주회의 틀을 깨고 윤이상의 '무악' 에 이어 부조니의 '피아노 협주곡' 을 들려준 것이다.연주하기 전부터 기획과 프로그램 면에서 이미 높은 점수를 받았다.

전반부가 김홍재의 무대였다면, 후반부는 백건우의 마당이었다.스탠더드 레퍼토리가 아니어서 지휘자 김홍재의 진면목을 십분 파악하기는 힘들었지만 작품의 구성과 음악적 목표에 대한 명쾌하고 성실한 해석을 보여준 그의 지휘법은, 다소 지루하게 느껴질지도 모르는 '무악' 을 쉽게 풀어냈다.

연주 기회가 드문 부조니 협주곡에서도 그는 마치 오래전부터 잘 알고 있는 레퍼토리인 것처럼 친숙하게 악보의 세부를 읽어냈고 작곡자의 의도를 단원들에게 잘 전달했다.

곡을 초연할 때는 으레 처음부터 끝까지 악보에서 눈을 떼지 않는 지휘자들과는 달랐다.

내한공연때마다 새로운 레퍼토리로 뭉클한 교훈을 남겨주는 피아니스트 백건우는 부조니 협주곡에서 오케스트라를 압도하는 음향과 한개의 음표도 결코 소홀히 다루지 않는 세밀한 뉘앙스를 선보이면서 '대하 드라마' 를 이끌어갔다.

그와 함께 75분에 걸친 '마라톤' 을 끝낸 청중은 일제히 기립박수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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