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피치] 찬바람 부는 '머니시리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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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플레이오프가 한창이다.

플레이오프에서는 재계 라이벌 현대 - 삼성과 서울 숙적 두산 - LG가 만나 역대 최고의 흥행카드를 만들었다.

프로야구 관계자들은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 '서브웨이시리즈' , 일본프로야구 재팬시리즈 'ON(왕정치와 나가시마의 이니셜을 딴 이름) 시리즈' 와 어울릴 만한 라이벌 구도가 만들어졌다고 입을 모은다.

재계 1, 2위를 다투는 삼성과 현대의 대결은 '머니시리즈' 로 부를 만하다.두 팀은 프로야구 포스트시즌 사상 처음 만났다.

잠실구장의 1, 3루 더그아웃만 바꾸면 되는 서울 연고의 LG와 두산이 벌이는 '더그아웃시리즈' 는 세번째다.

두 팀은 1993, 98년 준플레이오프에서 치열한 접전을 벌였던 끈끈한 관계다.그런데 머니시리즈와 더그아웃시리즈가 열리는 관중석 분위기는 전혀 다르다.

프로야구 팬들은 머니시리즈는 외면한 채 더그아웃시리즈에 열을 올린다.

현대 - 삼성의 경기가 잠실보다 규모가 작은 수원.대구를 오가며 치러지기 때문만은 아니다.작은 운동장이라면 관중석이라도 꽉 들어차야 하는데 현대 - 삼성의 경기는 관중석이 반도 안찬다.

수원구장에서 열렸던 머니시리즈 1, 2차전 관중의 합계는 1만4천8백78명으로 더그아웃시리즈 1, 2차전 관중(3만9천8백94명)의 37%에 지나지 않는다.

야구팬들은 현대와 삼성의 '이기는 야구' 가 재미없다고 한다.승리에만 집착해 비신사적인 작전을 정당화하고 다른 팀의 전력을 약화시키기 위해서라도 필요없는 스타급 선수를 싹쓸이하는 팀 컬러는 팬들을 위하는 야구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는 전력 불균형을 초래해 프로야구 전체 발전에도 부정적이다.

현대의 한 고위관계자는 "우승만 하면 됐지 관중이 무슨 소용이 있느냐" 는 말로 팀의 모토를 대변한 적이 있다.

오직 우승만이 야구단의 존재 이유라는 것이다.우승에 대한 집착은 삼성도 뒤지지 않는다.

'우승 감독' 을 찾기 위해 매년 사령탑을 갈아치우다 보니 삼성 야구는 색깔이 없다는 평을 듣는다.

피터 오말리 전 LA 다저스 구단주는 "팀 성적은 승률 5할을 갓넘으면 딱 좋다. 너무 잘해도 관중이 적어진다.그리고 월드시리즈 우승은 덤이다.

5년에 한번 정도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면서 늘 리그 상위권에 드는 것이 가장 이상적" 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대신 그는 지역사회의 야구 관심을 다저스쪽으로 끌어들이는 데는 가장 적극적이었다.일본 출신의 노모 히데오와 한국 출신의 박찬호가 다양한 인종이 모여 사는 LA 다저스 유니폼을 입게 된 것도 이같은 맥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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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교통통제의 벽을 뚫고 잠실에 모였던 2만여명의 관중들로부터 한국 프로야구는 희망을 발견했다.

그러나 파리 날리는 머니시리즈를 보며 프로야구의 미래에 걱정이 앞선다.텅빈 운동장에서 관계자들끼리 외치는 "우승 만세" 는 희망찬 미래와는 거리가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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