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시론

한·중FTA에 필요한 여덟 가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3면

김현종
전 통상교섭본부장

마침내 정부가 중국과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위한 출범 절차에 들어간 듯하다. 경제적 실리와 함께 지정학적 안보라는 관점에서 우리의 손익을 치밀하게 따진 다음 치열하게 협상에 임해야 한다. 특히 한·중FTA는 경제안보라는 포괄적 개념 속에 한반도를 둘러싼 대부분의 정치·군사·외교·사회·문화적 역학관계가 연관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중국의 FTA 추진 전략은 가장 먼저 정치적 요소를 고려해 FTA를 추진하기 때문에 한·미 FTA에 대한 부담으로 그 어느 때보다 적극적이다. 중국의 다차원적 계산 중 하나는, 한·중 FTA를 통해 한국을 중화권으로 유도하고 통일 후 한국과 국경을 맞댈 가능성에 대비하려는 전략이라 볼 수 있다.

 한·중 FTA 협상에서 단순히 상품과 농수산물 관세 철폐 및 인하만 하고 타결하는 것은 금물이다. 그 외에도 다음의 여덟 가지를 반드시 얻어내야 한다. 첫째는 투자자 보호다. 백두산 근방에서 호텔사업을 하던 우리 투자자들이 중국 정부의 명령으로 철수했을 때 보상도 제대로 받지 못했다. 그래서 투자자·국가 소송제도(ISD) 조항이 필요한 것이다. 둘째로 우리는 중국으로부터 서비스, 특히 금융서비스 추가 개방을 받아내야 한다. 중국이 지금까지 체결해온 FTA는 공산품·농수산물 관세 철폐 및 인하에만 그쳤고 서비스는 포함되지 않았거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시의 양허안보다 더 개방하지 않았다. 셋째로 환경기준의 강화는 절대적이다. 만일 중국 내 해안가를 따라 자리잡고 있는 원전에서 지진이나 기타 인재로 인한 사고가 발생할 경우, 한반도에 미칠 악영향은 심각할 것이다.

 넷째로 우리는 통일을 지향하는 국가로서 단둥시에 공단을 설립해 수만 명의 북한 근로자들이 출퇴근할 수 있도록 중국과 합의를 이뤄야 한다. 그럼으로써 북한 주민들이 자본주의에 노출되고 북한 정권도 군 감축을 실행에 옮길 수 있을 것이다. 그래야만 배급이 중단된 북한 주민들의 삶이 한 단계 향상되고 북한 내부에 실질적 변화가 일어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다섯째로 개성공단 외에도 황금평, 나진, 선봉에 투자한 기업들의 상품을 한국산으로 인정받도록 협상해야 한다. 그래야 대규모 중국시장을 염두에 둔 외국기업의 북한 내 투자유치가 가능하고 일자리가 창출된다. 이외에도 지적재산권 보호, 식품위생관리 협력과 공동 표준화를 포함시켜야 한다.

 중국과의 협상은 쉽지 않을 것이다. 모든 협상에서는 레버리지가 중요하다. 협상 진행 상황을 봐가며 대만과의 FTA도 거론할 시기가 올 수 있다. 필요하면 우리는 더 나아가 한국을 포함한 중국, 홍콩, 마카오, 대만, 몽골, 아세안 10개국과 지역무역협정(RTA)으로 격상하도록 중국을 설득해야 한다. 설득 논리는 해양세력인 미국과 일본이 주도하고 중국이 배제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미국·일본을 비롯한 10개국이 협상하는 FTA)을 상쇄하는 대륙세력의 RTA 필요성을 강조하는 것이다. 그러나 대륙세력과의 RTA나 해양세력이 주도하는 TPP의 타결 혹은 결렬 중 어느 쪽이 우리한테 유리한지 냉정하게 판단할 필요가 있다. 동시에 연평도 포격사건 문제에 대한 진전이 있을 경우 중국에 무역의 83%나 의존하는 북한과 포괄적 경제협력을 바탕으로 한 남북FTA를 추진해야 된다.

 우리는 부상하는 중국과 패권력이 약해지는 미국의 동향을 날카롭게 살피면서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중심을 잡고, 이념이 아닌 현실주의에 기초한 내치와 통일 외교정책을 수립해야 된다. 패권국은 주는 것보다 더 많은 반대급부를 요구한다는 특성과 한반도의 시간은 남한이나 북한이 아닌 중국 편이란 점을 감안하면서 한·중 FTA 협상에 임해야 한다.

김현종 전 통상교섭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