굉음 과속 무법자 '택배 오토바이'

중앙일보

입력

지난 21일 오전 광주시 북구 중흥1동 현대백화점 부근 2차선 도로. 서행하는 차량들 사이를 비집고 오토바이 한 대가 굉음을 울리며 질주한다.

길을 건너려던 사람들이 40대 여자가 놀라 물러서고 다른 행인들도 눈살을 찌푸린다.

도로 가의 수퍼마켓 주인 金모 (40.여)
씨는 "한 시간에 두세 번꼴로 나는 오토바이 굉음에 텔레비전도 못 볼 지경이다" 고 말했다.

Y호텔 직원 崔모 (24)
씨는 "불법 개조한 오토바이들이 밤늦게까지 질주하는 바람에 손님들한테 시끄럽다는 항의를 자주 받는다" 고 밝혔다.

택배 회사들이 급속히 늘어나면서 오토바이 소음이 심각한 수준이다. 택배 오토바이가 자주 드나드는 버스터미널 주변 주민들은 견디다 못해 경찰에 단속을 요청할 정도다.

불법 개조한 채 굉음을 내며 밤낮으로 질주하고 있으나 경찰은 부상 등을 우려해 단속을 못하고 있다.

광주시내에서는 현재 70여곳의 택배 회사가 3백여대의 오토바이를 운행하는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업계는 이 중 30% 이상이 배기통의 소음기를 뜯어내거나 배기통에 구멍을 뚫어 폭음을 내는 것으로 추정했다.

한 택배회사의 金모 (22)
씨는 "회사의 오토바이 9대 중 3대가 소음기를 제거하거나 구멍을 낸 채 운행 중이다" 고 말했다.

또 다른 회사의 朴모 (19)
군은 "택배 회사 등에서 일하는 친구들이 한번 모이면 40명 정도 되는데, 거의 모두 소음기는 떼내고 경음기를 달아 요란스럽다" 고 털어놨다.

朴군은 "쿵쿵 거리는 소리가 나지 않으면 심심해서 타고 다닐 수 없다" 고 말했다.

오토바이 수리센터를 함께 하는 광주 O택배 김모 (29)
씨는 "출력이 더 좋게 소음기를 없애달라고 하는 경우가 있지만 실제 출력과는 무관하다" 고 말했다. 청소년들이 자기를 드러내고 싶은 욕구에서 소음기를 뜯어 굉음을 울리려 한다는 것이다.

22일 동구 계림동 도로 변에서 소음기를 뜯어낸 택배 오토바이를 정차시켜 출력을 높여 배기소음도를 측정해 봤다. 81.8㏈. 도로의 주간 교통소음 한도 (주택가 68㏈, 상업지역 73㏈보다 훨씬 높다. 공사장에서 돌을 깰 때 나는 소음

78㏈) 보다도 심하다.

광주 동구 관계자는 "달릴 때의 소음은 순간적이지만 더 높게 나타날 수 있다" 고 밝혔다.

종합버스터미널.신세계백화점과 가까운 서구 화정동 삼익아파트에선 "하루 수차례 아파트가 울릴 정도로 소음을 내며 질주하는 오토바이로 노이로제에 걸릴 지경이다" 며 경찰에 단속을 호소하기도 했다.

그러나 경찰의 단속이 쉽지 않다. 불법 개조했다 해도 서 있는 것은 압수하는 게 무리다. 또 운행 중인 오토바이의 단속은 운전자나 경찰관 모두 부상을 입을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천창환 기자<chunc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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