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국무·김정일 담판 주목

중앙일보

입력

매들린 올브라이트 미 국무장관이 23일 마침내 평양에 도착한다.

지난 6월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방북으로 반세기 만에 처음 길이 열리고, 지난 9일 김정일(金正日) 북한 국방위원장 특사인 조명록(趙明祿) 국방위원회 제1부위원장의 방미로 다져진 길을 따라 올브라이트가 북한 땅을 밟는 것이다.

게다가 올브라이트는 金대통령의 방북에 필적할 만한 또다른 사건을 준비하고 있다. 바로 빌 클린턴 미 대통령의 방북이다.

이 모든 일정이 끝나고 나면 남북관계와 북.미관계를 포함한 동북아 전체의 정세가 그 이전과는 판이해질 것으로 보인다.

올브라이트 장관이 북한에서 논의할 의제의 대부분은 이미 알려져 있다. 미국은 북한의 핵개발과 미사일 발사 실험을 완전히 중단시키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반면 북한은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빼달라" 고 요구할 것이 분명하다. 그래야 서방 국가나 국제기구들로부터 경제원조도 쉽게 받을 수 있다.

서로 상대국에 연락사무소를 설치하는 문제는 1994년에 합의된 내용이기 때문에 실천하는 일만 남았다.

성과를 미리 속단하긴 쉽지 않다. 정부 관계자는 올브라이트의 회담 파트너가 백남순(白南淳) 외무상이 아니라 조명록 국방위 제1부위원장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격이 올라간다는 뜻이다.

하지만 북한 체제의 특성을 고려할 때 큰 틀은 결국 김정일 위원장이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올브라이트와 金위원장이 과연 어떤 형식으로 만나 어떻게 대화를 풀어 나갈지가 주목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올브라이트 장관은 특히 클린턴 대통령의 방북과 관련, 북한의 결단을 촉구할 방침을 분명히 했다. 미 국무부는 최근 "중대한 진전이 있어야 클린턴의 방북이 가능하다" 는 점을 강조한 바 있다.

미국이 클린턴의 방북을 북한을 국제사회 일원으로 받아들이는 상징적 조치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설령 올브라이트와 金위원장간에 깊숙한 얘기들이 오갔어도 그게 곧바로 공표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외교 소식통은 "클린턴 대통령 방북 때 눈에 띄는 성과를 발표해야 한다는 정치적 부담 때문에 이번엔 합의된 내용을 상당부분 발표하지 않을 것" 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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