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끝났다? 연 8~9% 임대수익 틈새 부동산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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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일기자] #1. 서울 영등포에서 소규모 그릇 도매점을 운영하는 박모(39)씨는 가게 매출이 들쑥날쑥해 고민을 하다 수익형 부동산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직장인처럼 매달 일정 수익이 생긴다면 생활은 물론 가게 운영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란 생각에서다. 처음 박씨의 눈에 들어온 것은 오피스텔과 도시형 생활주택. 그러나 분양 단지를 돌아다니며 예상 수익률을 뽑아보니 신통치 않았다.

공급 물량이 많아 세입자 구하기도 쉽지 않아 보였다. 그러던 중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주택 임대 쪽에 관심이 쏠렸다. 외국인들은 보증금보다는 월세를 선호한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2개월여의 준비 끝에 박씨는 지난해 말 서울 한남동에 있는 139㎡(이하 공급면적)짜리 고급형 연립주택을 한 채 매입했다.

이를 국내 대기업 외국인 임원에게 보증금 없이 월세 300만원에 임대했다. 박씨는 “적지 않은 고정 수익이 생겨 생활도 가게도 안정됐다”며 흡족해했다.

#2. 공기업에 다니다 지난해 3월 명예퇴직한 허모(55)씨는 재취업이 쉽지 않자 생활비라도 벌 요량으로 상가 투자에 나섰다. 그러나 몇 개월이 지나도록 투자 대상을 고르지 못했다. 일반적인 근린상가나 아파트 단지 내 상가는 공실(빈 상가) 위험이 높았기 때문이다.

그러다 전문가의 도움으로 서울 구로동의 한 지식산업센터(옛 아파트형 공장) 내 상가를 분양받았다. 전용 40㎡짜리 상가(분양가 5억2900만원)로 대출 30%(1억5870만원)를 끼고 샀다.

그리고 이 상가를 보증금 1억원, 월세 400만원을 받고 유명 프랜차이즈 편의점에 임대했다. 허씨는 “센터 내 고정 수요를 보고 들어오려는 임차인이 많아 어렵지 않게 임대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수익형 부동산 투자 대상 확대

월급처럼 매달 고정적인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수익형 부동산이 인기다. 그런데 많은 사람이 수익형 부동산이라고 하면 상가나 오피스텔, 도시형 생활주택을 떠올린다. 가장 보편적이면서 임대 수요가 많은 상품이기도 하다.

하지만 많은 자금이 몰리는 만큼 투자 수익이 변변치 않은 경우가 많다. 연 4~5% 안팎이면 성공이라는 얘기가 대세로 자리 잡은 상황이다. 자칫 소문만 듣고 덥석 물건을 잡았다가 손실을 보는 사람도 적지 않다.

이런 가운데 부지런히 발품을 파는 투자자들이 짭짤한 수익을 올리는 ‘틈새’ 상품들이 눈길을 끌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임대주택이나 도시형 생활주택의 또 다른 형태인 고시원, 지식산업센터 내 상가 등이다.

상가정보업체인 상가114 장경철 이사는 “틈새 상품은 대개 안정적으로 연 8% 이상의 임대수익을 내는 경우가 많다”며 “공급 증가, 몸값 급등으로 오피스텔 등의 수익률이 예전만 못해지면서 이런 틈새 상품을 찾는 투자자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요즘 특히 인기를 끄는 게 국내 체류·관광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한 임대사업이다. 주택 등을 매입해 외국인의 성향에 맞게 개조한 뒤 임대하거나, 중·장기 체류자를 위한 게스트하우스·서비스드레지던스 등에 투자하는 것이다.

유엔알컨설팅 박상언 사장은 “외국인들은 1년치 월세를 한꺼번에 내는 경우가 많고 재계약 때 시세를 반영하기도 쉽다”며 “용산구나 서초·강남구 등 외국인들이 많이 사는 지역을 중심으로 투자 수요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지식산업센터 내 상가나 지난해 합법화된 고시원에도 투자 수요가 몰리고 있다. 장 이사는 “지식산업센터는 대개 센터 면적 대비 상가 비율이 10% 미만이어서 희소성이 높고 고정 수요를 갖고 있는 게 특징”이라며 “연 9% 이상의 임대수익을 올리는 곳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고시원은 초소형의 저렴한 주거시설이라는 뚜렷한 특징 덕에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기존 상가를 리모델링하는 등 투자 방법이 많아 접근도 용이하다. 하지만 이 같은 틈새 상품이라고 안정된 수익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틈새 상품은 특정 수요를 겨냥한 형태가 대부분이어서 주변에 유사 상품이 대거 공급된다면 낭패를 볼 수도 있다. 따라서 성공적인 투자를 위해서는 발품을 많이 팔라는 게 전문가들의 주문이다. 부동산컨설팅업체인 나비에셋 곽창석 사장은 “주변 부동산중개업소를 탐문하거나 시·구청 등에 게재된 개발계획 등을 통해 주변에 유사 상품 공급 계획은 없는지를 꼼꼼히 확인한 뒤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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