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성의 홍콩뷰] 중국 경기 연착륙 자신감 … 부양책 ‘만만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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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중국 원자바오 총리가 올해 중국 성장률 목표치를 7.5%로 낮춰 잡은 5일, 중국 랴오닝(遼寧)성 선양(沈陽)의 철길 공사 현장에서 인부들이 일을 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발표가 성장에 치중하기보다 경제와 복지제도 개혁에 좀 더 힘을 쏟겠다는 중국 정부의 의지가 담긴 것으로 해석했다. [로이터=뉴시스]

최근 2년간 중국 내 부동산 거래가 크게 위축되고 있다. 거래가 줄면서 폐업하는 부동산 중개업소도 늘어나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도심 지역을 제외하고는 집값이 더 하락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중국의 부동산경기지수도 불경기를 의미하는 100 이하 수준으로 하락 추세다.

현실적으로 집값은 급등했는데 은행에서 돈 빌리기는 더 힘들어졌다. 상하이의 경우 주택 관련 선불금이 집값의 20%에서 30%로 올라갔다. 이것도 처음 주택을 사면서 처음 대출받는 경우에만 해당된다. 과거에 주택담보대출을 한 번이라도 받았던 사람은 선불금이 60% 이상으로 올라간다. 집값의 절반 이상을 현금으로 내지 않으면 주택 구입이 힘들다는 의미다.

아직 공식적인 통계는 안 나왔지만, 2월 이후 대도시 중심으로 거래량이 늘어난 것은 긍정적이긴 하다. 그러나 신규 분양 물량이 많이 나오는 3~4월이 되면 주택 값은 추가로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 부동산 시장이 추세 전환했다고 보기엔 아직 이르다.

부동산 시장이 침체하면서 지방정부가 다급해졌다. 지방정부 재정 수입의 60%가 토지 매각에 따른 이익이다. 그런데 주택시장이 위축되면서 부동산 개발업자가 사업을 추진할 유인이 없어졌다. 토지 매각이 어려워진 지방 정부의 재정은 악화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반면에 중앙정부는 여전히 보수적이다. 전국적으로 보면 주택값은 크게 떨어지지 않았다. 오히려 주택시장 거품(버블)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부동산 버블이 무너지기 직전까지 일본은 집값이 연봉(소득)의 11배, 홍콩은 20배 넘게 올랐다. 보통 8배 이상이면 버블 징조로 여기는데, 최근 중국의 주요 대도시 중심으로 집값이 소득의 10배 이상 오르고 있다. 집값 급등으로 서민에게 주택 마련이 ‘그림의 떡’이 돼가고 있는 상황에서 부동산 규제책을 완화하기는 쉽지 않다. 자칫하다 서민의 불만이 고조되면서 사회적 혼란이 야기될 수 있다. 10월 정권 교체를 앞두고 부동산 정책에 큰 변화를 꾀할 이유가 많지 않다.

지난달 말 상하이에서 일어난 일은 중앙과 지방정부 간의 갈등을 잘 보여준다. 지난달 22일 상하이시는 외지인에 대해 3년 거주기간을 만족하면 주택 구입을 허용한다는 정책을 발표했다. 대부분 외지 사람이 고향에 집이 있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질적으로 1가구 2주택을 허용하는 조치로 해석됐다. 시장에는 긴축 완화가 본격화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기대감이 돌면서 부동산 관련 주식이 상승했다. 그러나 일주일 만에 상하이시는 이 정책을 철회했다. 중앙정부의 입김을 생각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러한 중앙정부의 움직임을 고려할 때 중국 부동산 규제완화에 대해 크게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렇지만 규제완화를 ‘안’ 하는 것이 아니라 필요할 때마다 ‘천천히’ 하자는 것이라 크게 실망할 필요도 없다.

마찬가지로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정치협상회의)에서도 큰 변화를 기대하기는 힘들다. 구매관리자지수(PMI)가 개선세를 보이고, 소매 판매가 10% 후반대로 나오는 상황에서 정부가 개입하기에는 아직 명분이 충분치 않다. 당분간 적극적인 부양책보다는 감세 등 소극적 부양을 고려할 가능성이 크다. 중국 정부는 수출·내수가 제 역할을 잘하고 있는지 지켜보다가 기대에 못 미칠 경우에만 구원투수를 준비할 것이다.

중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것은 현재 정책만으로도 연착륙할 수 있다는 자신감의 표현일 수 있다. 만일 긴축 완화가 본격화하는 것이 늦어진다고 주식시장에서 차익을 실현하는 모습이 나타난다면 이는 오히려 중국 증시에 대한 매수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다.  

유재성 삼성자산운용 홍콩법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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