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없던 시절, 조작 사진 속 사라진 인물 보니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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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샵은 패션 잡지나 화장품 광고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사진 속 모델을 실제보다 아름답고 날씬하게 보이게 해 준다. 일부에서는 포토샵이 무리한 다이어트 등을 유도한다고 비판하고 있으나 광고업계 등에서는 포토샵이 당연시되는 분위기다.

그러나 포토샵과 같은 사진 조작은 현대에서만 행해졌던 게 아니다. 예전에는 컴퓨터가 없어 일일이 수작업을 해야 했겠지만 역사적 순간을 기록한 사진에서도 사진 조작이 곳곳에 발견된다.

영국 대중지 데일리메일 웹사이트는 5일 포토샵의 원조가 150년 전 에이브러험 링컨 미국 대통령의 사진이라고 보도했다. 사진에서 링컨 대통령은 나비 넥타이에 긴 트렌치 코트 차림의 당당한 정치가의 풍모를 보인다. 그러나 이 사진은 조작된 것이다.

원래 사진은 당시 미국 남부의 정치인 존 칼훈을 찍은 것이다. 여기에 머리만 링컨으로 대체했다. 링컨의 영웅적 모습을 담은 사진이 없어 궁여지책으로 만든 사진이랄 수 있다.

미국 남북전쟁의 영웅 율리시즈 그랜트가 버지니아주 시티 포인트의 병영 앞에서 찍은 사진도 조작된 것이다. 이 사진은 3개의 사진을 합성했다. 머리는 그랜트의 것이나 말과 몸은 알렉산더 맥쿡 장군의 사진에서 따왔고, 배경으로 나오는 병영은 남부군 포로 수용소에서 따왔다.

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독일의 독재자 아돌프 히틀러나 소련을 철권 통치한 요제프 스탈린, 쿠바의 독재자 피델 카스트로 등은 숙청된 인물을 사진에서 제거했다.

미국 다트머스대학의 사진 전문가인 해니 파리드 박사는 "많은 사람들이 사진 조작이 디지털 시대에 나온 것이라고 생각하나 역사는 사진 조작으로 가득 차 있다"고 말했다.

<사진 설명>

0. 에이브러험 링컨 미국 대통령의 사진(왼쪽)은 미국 남부의 정치가 존 칼훈의 사진(오른쪽)에 링컨의 얼굴을 합성해 만들었다. [데일리메일 웹사이트]

1. 미국 남북전쟁의 영웅 율리시스 그랜트의 사진(왼쪽)은 알렉산더 맥쿡 장군의 사진(오른쪽)에 그랜트의 얼굴과 배경을 합성해 만들었다.

2. 남북전쟁의 또 다른 영웅 윌리엄 셔먼 장군과 휘하 장군들의 사진(왼쪽)에는 촬영 당시 없었던 프랜시스 블레어 장군을 추가했다.

3. 소련 독재자 요제프 스탈린의 사진(왼쪽)에는 원래 함께 찍혔던 소련 정치위원의 모습이 지워졌다.

4. 2차 세계대전 때 소련 병사가 독일 제국의사당 위에서 소련 국기를 흔들고 있는 사진(왼쪽)에는 주변 병사의 팔에 찼던 시계가 지워졌다. 이 사진을 실은 소련의 잡지 편집자는 이 시계가 약탈한 물건이라고 생각해 삭제했다.

5. 이탈리아 독재자가 혼자 말을 타고 있는 사진(왼쪽)은 마부의 모습을 지웠다.

6. 독일 나치 지도자 아돌프 히틀러의 사진(왼쪽)에는 선전상으로 있던 요제프 괴벨스의 모습을 지웠다.

7.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과 캐다나 윌리엄 매켄지 총리를 찍은 사진(왼쪽)에는 원래 영국 왕 조지 6세가 함께 찍혀 있었다. 맥켄지 총리가 자신을 부각시키기 위해 여왕의 남편 모습을 사진에서 없앤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정재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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