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등 vs 침체…전문가들 집값 대논쟁

조인스랜드

입력

업데이트

[박일한기자] 서울 수도권 집값 하락세가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개발 기대감도 찾기 어렵고 집값이 더 떨어질 것이라는 비관론만 확산되고 있다.

올해는 매년 1~2월 있던 겨울방학 학군특수도 사라졌다. 중개업소마다 급매물은 늘어나고 있는 데 사려는 사람은 없다고 아우성이다. 거래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절반 이상 줄었다.

서울시는 뉴타운 출구전략과 재건축 아파트의 소형평형 확대 정책 방향을 펴고 있어 재개발 재건축 시장은 더욱 움츠러 들었다.

유럽 재정위기, 가계 부채 확대 등으로 국내외 경제 조건은 불안하다. 이러다 진짜 10년 이상 침체를 이어온 일본 주택시장을 따라가는 게 아니냐는 우울한 전망도 나온다.

수도권 주택시장은 정말 더 이상 상승할 여력을 잃고 있는 것일까. 짧은 시간 안에 반등을 기대하는 건 무리일까. 국내 대표적인 부동산 전문가 4인에게 똑같은 질문을 던졌다.

“한치 앞도 내다보기 힘든 상황”

▶주택시장이 최악의 침체기를 겪고 있다.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가?

-삼성경제연구소 박재룡 수석연구원(이하 박)

“여러 문제가 얽혀 있어 한치 앞도 내다보기 어렵다. 유럽 재정위기 같은 외생변수가 언제 불거질지 모르는 상황이고 국내 가계 부채 움직임, 정부의 금리 정책, 박원순 시장 효과, 실업률 상승에 따른 주택 구매 수요 위축 등 내생변수도 다양하다. 어떤 변수도 쉽게 예측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게다가 하나하나 변수가 주택시장에 미치는 효과는 엄청나다.”

-KB금융그룹연구소 강민석 부동산팀장(이하 강)

“살 사람과 팔 사람의 판단이 너무 다르다. 살 사람은 더 떨어질 것을 기대하고 있고, 팔 사람은 더 싸게 파느니 그냥 버티겠다고 한다. 2008년 이후 가격이 떨어졌다고 하지만 솔직히 별로 떨어지지도 않았다. 주택시장은 더 이상 전체적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서울, 경기, 인천, 지방도 모두 제각각으로 움직인다. 국지적으로 판단해야 하는 시장이다.”

-건국대학교 조주현 교수(이하 조)

“매수세가 지나치게 위축된 게 걱정이다. 집값이 더 이상 오르지 않을 것이란 인식이 팽배하다. 집을 사면 손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 전세에 머물면서 보금자리주택 등 싼 주택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올해도 주택값에 대한 기대가 사라져 전셋값만 오를 가능성이 크다.”

-건설산업전략연구소 김선덕 소장(이하 김)

“내 생각은 다르다. 특별히 상황이 심각하다고 보진 않는다. 지방은 지난해 이미 바닥을 지나 과열된 상황이고 수도권은 뚜렷하진 않지만 이미 바닥을 쳤다고 판단한다. 실제로 지난해 서울 및 수도권 주택값은 떨어지지 않았다.”

“올해 안에 회복은 어려울 것” 의견 더 많아

▶그렇다면 올해 안에 주택시장 반등은 가능하겠나?

-김

“그렇게 본다. 하반기 본격적인 상승이 시작될 거다. 최근 건설 수주량이 늘어나기 시작했고 주식시장도 회복되는 등 선행지표도 좋아졌다. 매매가격 대비 전셋값 비율이 높아지면서 하반기부터 매맷값이 본격적으로 오를 것이다.”

-조

“당장 올해 반등할 것이라고 장담하긴 어렵다. 수도권 집값은 주택공급에 달려 있다. 박원순 시장이 재개발 재건축을 억제하고 사업성을 떨어뜨리는 방향으로 정책을 펼치고 있는게 내년부터 시장에 직접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미 주택공급이 상당히 위축된 상태다. 수도권에서 올해 반등은 어렵겠지만 내년부터 주택 공급 부족으로 집값이 뛸 가능성이 크다.”

-강

“아무리 짧게 봐도 올해까진 침체가 이어질 것으로 본다. 불확실한 변수가 당장 해소될 상황이 아니다. 내년부터 수도권은 용산, 위례신도시 등 개발 호재가 있는 지역, 지방은 혁신도시, 세종시 등에서 국지적으로 움직일 가능성은 있다. 지금은 단기간에 본격적으로 반등할 것이라고 예측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박

“마찬가지 생각이다. 국내외적으로 시장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변수들이 너무 많아서 단기적인 판단을 유보하고 있는 상황이다. 1년 안에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복지공약, “임대료 자극할 수도”

▶올해 총선과 대선이 주택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없나.

-김

“총선과 집값의 상관관계는 찾을 수 없다. 대선 때는 심리적인 영향이 일부 작용하지만 크진 않다. 현재 뉴타운 등 각종 개발 계획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어서 정치권에서 내놓을 수 있는 공약도 별로 없다”

-조

“복지공약이 많이 나오고 있는데 임대료 보조 공약이 전셋값을 자극할 가능성은 있다. 외국의 사례를 보면 주택공급이 원활하지 않는 상황에서 정부가 주거비를 보조하면 임대료는 더 오른다. 세입자의 주거비 감당 능력이 커지기 때문이다.”

“중장기 집값, 폭락할 가능성은 없다”

▶1~2인 가구가 증가하고 인구수가 줄어들기 때문에 5년, 10년 후 주택시장은 더 이상 기대하기 힘들다고 한다. 중장기 관점에서 주택시장은 꺾이는 일만 남았나.

-김

“꼭 그렇게 볼 필요는 없다. 통계청이 인구가 하락세로 꺾이는 정점을 2018년에서 2030년이라고 정정한 전망치를 얼마 전 내놨다. 또 과거 예상하지 못한 외국인의 국내 유입도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인구수가 정말로 어느 시점부터 줄어들지 예측하기 어렵다는 이야기다. 주택 수요는 실업률, 가계 부채 등 경제 상황에 따라 달라져 지금 섣부르게 예측할 수 없다. 주택공급이 꾸준히 유지되는지 여부가 중요할 것이다. 다만 저금리 상태가 지속되면 월세 비중은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우리나라 주택시장은 전세가 부동산시장의 안전판 역할을 했는데 월세가 늘어나면 주택시장의 변동성은 훨씬 커져 불안해 질 수 있다.”

-박

“주택시장에서 중요한 것은 인구수가 아니라 가구수 변화다. 가구수가 주택 수요 주체이기 때문이다. 2030년 이후에도 인구는 줄어도 가구는 쪼개지면서 늘어날 수 있다. 1~2인 규모 등 소규모 가구가 늘어날 것이란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소규모 가구가 늘어나기 때문에 주택의 크기는 지금과 달라질 것이다. 중장기적으로 국내외 경제 상황에 따라 주택 수요는 움직일 것이므로 지금 섣불리 예측하긴 곤란하다.”

-조

“전반적으로 주택을 통해 과거와 같이 큰 시세차익을 남기는 시대는 오지 않을 것이다. 다만 임대차 시장에 큰 변화가 올 것이다. 집값이 많이 오르지 않으면 전세는 축소되고 월세가 보편화될 수밖에 없다. 자가 보유율이 높은 베이비부머들이 은퇴하면서 노후 자금을 위해 주택을 내놓을 가능성이 있다. 그렇더라도 이 물량 때문에 집값이 크게 떨어지진 않을 것이다. 중장기적으로 주택 수요가 갑자기 크게 감소할 가능성은 없어서다.”

-강

“중장기적으로 주택의 인기는 분명 과거와 같지는 않을 것이다. 과거와 같은 전국적 차원에서 집값이 오르고 내리는 일을 없을 것이다. 다만 국지적으로 호재를 보는 곳이 있을 것이다. 지방은 혁신도시, 세종시 등 새롭게 수요가 창출되는 곳, 수도권에선 위례신도시 등이 중장기적으로 새롭게 뜨는 지역이 될 것이다.”

“금리 변화, 가장 주목할 주택시장 변수”

▶앞으로 주택시장을 예측할 때 가장 주의 깊게 봐야할 변수는?

-강

“2008년 이전엔 공급이 중요했다. 건설사가 공급을 얼마나 잘 하느냐에 따라 시장이 크게 좌우됐다. 정부는 각종 규제완화 등을 통해 공급활성화를 주요 정책으로 삼았다. 하지만 이제는 수요 쪽 변수가 더 중요해졌다. 가계 대출 상황, 실업률, 공급자의 폭리를 줄이는 대책 등 수요를 자극할 것이다. 이런 대책이 어떻게 나오는지 주의 깊게 봐야 한다.”

-조

“금리 변화가 중요하다. 모기지 시장이 어떻게 활성화될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 경기 상황이 주택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거시경제 상황을 늘 주시해야 한다.”

-박

“비슷한 의견이다. 금리와 국내외 경기 상황이다. IMF구제금융 위기 이후 외생변수의 영향력이 너무 커졌기 때문이다.”

-김

“임대 시장 변화를 주의해 볼 필요가 있다. 월세비율이 높아지면 주택시장은 불안해진다. IMF외환위기 이후 5~6%의 낮은 금리가 유지되면서 2000년부터 2010년 사이 전세비율은 28%에서 22%로 떨어졌다. 저금리 상황에서 전세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그 자리에 월세가 들어온다. 전세는 집주인으로 하여금 대출 부담을 덜게 하는 수단이고, 세입자는 매매를 하기 전 단계에서 자금을 모으는 단계다. 전세는 무리한 대출을 피하게 하는 안전판이었다. 하지만 월세가 늘어나면 주택시장은 불안해 질 수밖에 없다. 시장 안정성을 판단하는 근거로 금리와 월세 비율 변화를 주의 깊게 봐야 한다.”

<저작권자(c)중앙일보조인스랜드. 무단전제-재배포금지.>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