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호성 “소송 할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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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물갈이 공천’의 표적으로 영남권이 떠오르면서 탈락이 유력한 예비후보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일부는 무소속 출마도 불사하겠다며 당을 압박하고 있다.

 문대성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의 공천이 거론되는 부산 사하갑에 공천을 신청한 엄호성 전 의원은 “무소속 출마는 물론이고 공천위원을 상대로 민사소송도 제기할 것”이라고 벼르고 있다. 설동근 전 부산시교육감 또는 손수조씨의 전략공천이 거론되는 부산 사상에 공천을 신청한 ‘MB맨’ 김대식 전 국민권익위 부위원장도 “어떻게든 완주할 것”이라며 공천 탈락시 무소속으로 출마할 뜻을 시사했다. 5일 발표될 공천자 명단에서 빠질 가능성이 제기되는 이군현(재선·통영-고성) 의원도 이날 당사에 나타나 공천위원들을 직접 접촉하며 설득에 나섰다.

 ‘70% 물갈이론’에 등장하는 대구 지역 의원들도 “공천위 안에 사심(私心)에 따라 사천하는 인물이 있다”며 “본선 경쟁력과 무관하게 인위적 희생양으로 삼을 경우 무소속 출마를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박종근(4선·달서갑) 의원은 지역 최고령(75세)으로 공천에서 배제될 수 있다는 말이 나오자, 탈락 시 무소속으로 출마하겠다는 의지를 주변에 밝혔다고 한다.

 영남권 후보들은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이 초선 의원만으로 대선을 어떻게 치를 거냐”라는 논리도 편다. 이들이 무소속으로 출마할 경우 여당에 몰릴 표가 분산돼 텃밭인 영남에서도 새누리당 후보의 당선을 보장할 수 없다는 현실론도 제기된다. 이와 함께 전략공천 지역으로 분류되면서 무소속 출마 의사를 내비친 안상수(의왕-과천) 전 대표와 이동관(서울 종로) 전 청와대 홍보수석 등을 중심으로 수도권-영남권 ‘무소속 연대’가 출범해 총선판의 새 변수가 될 거라는 시나리오도 나온다.

◆공천위 보안각서까지 요구= 4일, 새누리당 여의도 당사는 5일 발표될 2차 공천자 명단에 포함됐는지 파악하려는 예비후보 측 인사들은 오전부터 잇따라 당사를 찾아 ‘첩보전’을 벌이려 했다. 그러나 별로 소득은 없었다. 공천위원들은 오후 5시가 다 돼서야 한 명씩 당사를 찾았기 때문이다. ‘하위 25% 배제용 여론조사’ 결과 는 오후 7시가 넘어서야 공천위원들에게 전달됐다. 이들은 이때부터 밤 12시가 넘도록 심야 회의를 했다. 당 안팎에선 심야 회의를 놓고 “회의 결과가 예비후보들에게 새어나가는 걸 막으려는 의도”란 말도 나왔다.

 권영세 사무총장은 공천 실무를 맡은 당직자들에게 공천 내용이 새어나가지 않도록 ‘보안 각서’까지 쓰게 했다고 한다.

 이 같은 ‘철통 보안’ 때문에 공천 신청자들은 더 전전긍긍했고, 당내에선 정보 독점에 대한 불만도 터져 나온다. 비상대책위원회 주광덕 위원은 “비대위원에게도 얘기를 안 해주니 기초적인 사실도 모른다”며 “공천위가 정보를 너무 공개 안 해서 의원들의 불만이 많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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