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연필·참고서에 책가방까지 꼼꼼히 챙겨 … 새학기 저소득층 자녀 18명에 웃음 선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02면

#1 엄마와 단 둘이 살고 있는 김은지(17·가명)양. 여느 아이들처럼 부모님의 사랑을 받으며 자란 은지는 초등학교 3학년 때 아버지의 사업부도로 가정에 불행이 시작됐다. 3년 뒤 사업실패로 지쳐있던 아버지마저 급성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났다. 아버지의 죽음은 또 다른 불행을 가져왔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직후 어머니는 스트레스와 우울증에 시달리다 뇌졸중으로 쓰러져 장애(뇌병변 2급)판정을 받았다. 현재 은지는 어머니의 병수발을 들며 학업을 이어가고 있다. 고등학교 2학년에 올라가는 은지는 새 학기가 시작되는 3월이 두렵다고 한다. 참고서와 학용품을 스스로 마련해야 하기 때문이다. 교복은 학교에서 어렵게 마련해줬지만 학교생활에 필요한 물품은 구입하지 못했다.

세크론 나눔봉사단 최문혜(오른쪽)씨로부터 신학기용품을 전달받은 은지(가명)양이 환하게 웃고 있다. 이날 은지양에겐 새 언니가 생겼다. 최씨는 은지양을 위해 직접 학용품을 구입했다. [조영회 기자]

#2 외할머니와 살고 있는 이준호(8·가명)군은 부모님의 얼굴조차 모른다. 엄마는 준호를 낳아 외할머니에게 맡긴 채 연락이 두절됐다. 준호를 키우고 있는 외할머니는 당뇨와 혈관질환 때문에 정기적으로 병원치료를 받고 있다. 혹시라도 건강에 이상이 생기면 준호를 키울 수 없다는 생각에 외할머니의 얼굴에는 수심이 가득하다. 준호는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한다. 학교에 간다는 설레임과 새 친구들을 만날 수 있다는 기대감에 부풀어 있는 준호를 보며 외할머니는 기쁨보다 한숨과 눈물이 앞선다. 입학식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지만 준호의 학용품을 마련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난달 28일 오후. 은지와 준호 가정에 반가운 손님들이 찾아왔다. “은지야~ 새 학기 축하해!” 세크론㈜(천안시 서북구 차암동) 나눔봉사단이 은지와 준호네 집을 방문했다. 직원들의 두 손에는 은지와 준호에게 필요한 책가방·참고서·문제집을 비롯해 필통·연필과 같은 신학기용품이 한아름 들려 있었다. 선물을 받은 은지는 “세상에서 가장 예쁘고 소중한 선물을 받았다”며 해맑게 웃었다. 병원에 있는 어머니는 직원과의 전화통화에서 “직접 반겨주지 못해 죄송하다”며 고마움에 말을 잇지 못했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충남지역본부와 세크론 나눔봉사단이 새 학기 지원 사업을 펼치고 있다. 저소득층 가정 아이들이 배움의 기회를 소홀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힘을 모았다. 어린이재단과 세크론은 올해 들어 천안 지역 18명의 아이들에게 새 학기에 필요한 학용품을 전달했다. 세크론 나눔봉사단은 아이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방안을 찾던 중 어린이재단 충남지역본부와 함께 아이들에게 희망을 선물하자는데 의견을 모았다.

신학기용품지원 어린이재단 충남지역본부가 빈곤가정 아이들에게 신학기용품을 지원하는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천안 지역의 200명 아이들에게 교복과 신학기 용품을 지원하고 있지만 막상 지원받고자 하는 아이들의 수보다 지원하는 양이 턱없이 부족하다. 충남 지역 아이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은 기업과 단체는 어린이재단 충남지역본부(041-578-7173)로 문의하면 된다.

 세크론과 어린이재단의 인연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6년 지역 저소득층 아이들과 결연을 맺고 매달 15만원씩 6명의 아이들에게 지원하고 있다. 2007년, 2008년에는 인원을 한 명씩 더 늘렸고 현재 8명의 아이들을 정기적으로 돕고 있다. 지난해에는 어려운 환경 때문에 바깥 활동을 하지 못하는 아이들을 위해 여름방학동안 임직원들과 아이들이 짝을 지어 에버랜드로 나들이를 다녀오는 등 어린이재단을 통해 현재까지 5800여 만원을 지원했다. 박성유 세크론 나눔봉사단장은 “아이들의 환한 미소를 보면 내 자신이 더 행복해 진다”며 “신학기 학용품 지원은 올해 처음 진행하게 됐는데 아이들이 너무나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앞으로도 계속 진행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오영식 어린이재단 충남지역본부장은 “새 학기는 아이들에게 새로운 친구들과 새로운 학습과정을 만나는 중요한 시기인데 경제적 빈곤문제로 아이들의 학습욕구가 떨어진다면 미래의 주역이 될 아이들에게 큰 상처가 될 수 있다”며 “어린이재단 충남지역본부는 매년 아이들의 욕구에 따라 다양한 사회공헌사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지원이 턱 없이 모자라 기업과 단체, 개인후원자의 도움이 절실한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강태우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