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시대 탑 건립 기록 … 1100년 전 금동판 발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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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금동판 앞면 확대 사진. ‘무월어(無越於)’ 세 글자가 또렷하다. [불교문화재연구소 제공]

통일신라 시대인 855년 건립된 삼층석탑의 건축 기록을 적은 금동판이 발견됐다. 경주 창림사의 삼층석탑 조성 내력을 적은 ‘국왕경응조무구정탑원기(國王慶膺造無垢淨塔願記)’다. 그 동안 추사(秋史) 김정희(1786∼1856)가 베낀 모사본만 전할 뿐 실물이 어디 있는지 모르는 상태였다. 조계종 산하 불교문화재연구소(소장 미등 스님)가 지난해 경기도 용주사(龍珠寺)의 효행박물관에서 보관 중이던 것을 발견한 후 정밀 조사해 김정희 모사본의 원본임을 밝혀냈다.

 금동판은 가로 세로 38.2㎝×22.4㎝ 크기다. 두께는 0.08㎝. 순동에 금을 입히는 전통 기법인 아말감수은기법으로 제작됐고 탑 건립 배경과 발원 내용, 건립에 관여한 인물들이 앞 뒷면에 기록돼 있다. 탑을 세우도록 한 이는 문성왕(재위 839∼857)이다. 불국정토를 향한선행을 쌓은 방법으로 탑 건립 만한 게 없다는 일종의 발원문(發願文)이 적혀 있다. 무엇보다 1100년 전 제작된 것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금속의 보존 상태가 양호하고 그 위에 새겨진 글자 형태도 뚜렷하다.

 불교문화재연구소 이용운 연구실장은 “제작 연대와 발원자가 나와 있는 완벽한 형태의 금석문으로 문화재적 가치가 높다”고 말했다. 연구소 측은 문화재청에 요청해 문화재 지정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경주에 있던 금동판이 어떻게 경기도 용주사로 옮겨졌는지는 분명치 않다. 연구소는 1800년대 탑이 무너졌을 때 이를 손에 넣은 김정희가 자신과 친분이 깊던 안동 김씨 김조순 일가가 시주해 세워진 경기도 이천 영원사(靈源寺)에 맡겼던 것이 다시 용주사로 전해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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