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 칼럼] IT 인프라가 아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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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2면

현상준
한국IBM 전무

모든 사물이 서로 연결되는 스마트한 세상에서 비즈니스는 정보기술(IT)과 더욱 융합된다. 스마트폰과 소셜미디어 대중화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면서 기업들은 소비자들과의 관계를 돈독히 하는 웹과 앱을 개발하고 고객 빅데이터를 분석하기 위해 상당한 자원을 쏟는다. 또 장소와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일할 수 있는 모바일 오피스, 영업지원시스템, 현장지원시스템, 고객관계관리 등 오래전부터 똑똑한 업무환경을 중요한 경쟁력으로 삼고 도입을 서둘렀다.

 그러나 자칫 신기술에 대한 무계획적 도입은 스마트함을 지탱하는 IT인프라를 방대하고 복잡하게 만들 수 있다. 보통 기업은 IT 전체 예산의 80%가량을 운영비에 투입하고 신규 개발에는 20%가량밖에 사용하지 않는다. 현업 부서에서 신규 개발을 늘려달라고 목소리를 높여도 기존 IT인프라를 운영해야 하는 현실적 이유로 부응할 수 없다. 점차 늘어나는 보안 위협도 문제다. 그때그때 필요에 따라 산발적으로 확장한 인프라는 시간이 지나면서 비즈니스 속도를 따라가기에 부족하거나 유지하기 버겁게 된다.

 경영진은 IT인프라의 건강을 다각도에서 진찰해봐야 한다. 소비자와 업무가 똑똑해질수록 스마트시대의 척추인 IT인프라를 관리하는 데는 이보다 한 차원 높은 명민함이 발휘돼야 한다. 지금껏 해왔던 조직 축소나 예산 절감과는 다른 처방을 찾아야 한다. 그러나 내부 인적 자원과 노하우만을 가지고 IT인프라를 최적화할 방안을 찾기는 쉽지 않다. 외부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해당 산업과 시장, 최신 기술을 아우르는 시각을 가지고 각 기업에 최적화된 IT를 도입, 운영하는 총체적이고 치밀한 전략이 필요하다. IT자원과 운용 프로세스를 정비함으로써 구매력과 신기술 수용력을 강화할 수 있다. 이 같은 방법으로 운용 비용을 줄이면 신규 애플리케이션 개발 예산을 80% 정도 늘릴 수 있을 것이다.

 점점 더 스마트해지는 고객과 직원들이 소통에 막힌 곳은 없는지, IT 투자 대비 효과가 더 개선될 곳은 없는지, 위기 발생 시 업무 중단 없이 안전하게 비즈니스 활동을 든든하게 뒷받침할 수 있는지 촉각을 세워야 한다. 더욱이 앞으로 IT자원의 공급은 클라우드를 통해 이뤄질 것이라는 점은 자명하다. 경영자는 기업의 미래 자원 확보 차원에서 혁신을 지원할 IT 인프라의 장기 로드맵을 그려봐야 할 때다.

현상준 한국IBM 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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