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저·고유가에 2000선 밑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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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27일 코스피지수가 2000 선 밑으로 내려갔다. 국제유가 급등과 엔화 약세의 영향이 컸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28.73포인트(1.42%) 내린 1991.16으로 마감했다. [연합뉴스]

치솟는 기름값이 주가의 발목을 잡았다. 27일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42% 하락한 1991.16으로 마감했다. 지수가 2000 밑으로 내려간 것은 16일 이후 7거래일 만이다. 그간 열심히 주식을 샀던 외국인이 이날은 392억원을 순매도했다.

 증권가에서는 주가 약세의 원인으로 급등한 국제 유가를 꼽았다. 유가에 제일 빠르게 반응하는 화학업종 지수가 2.73% 떨어진 것이 이를 방증한다. LG화학이 4%, S-Oil이 5% 하락하는 등 주요 화학주 가격이 일제히 급락했다.

 뉴욕 상업거래소(NYMEX) 기준 두바이유 현물가격은 이달 초부터 급등했다. 23일에는 3년6개월 만에 배럴당 120달러를 넘어섰다. 24일에도 1.35달러 올라 121.57달러를 기록했다. 이날 서부텍사스유(WTI)도 109.58달러에 거래됐다.

 미래에셋증권 정유정 연구원은 “과거 통계를 보면 두바이유가 배럴당 120달러, 서부텍사스유가 125달러 근처에 가면 주가가 꺾이곤 했다”고 했다. 이 기준대로라면 서부텍사스유는 아직 110달러를 밑돌아 여유가 있지만, 두바이유는 벌써 위험 수위를 넘어섰다. 실제로 2008년 5월과 2001년 4월, 두바이유가 배럴당 120달러 근처에 갔을 때 코스피 지수가 하락세로 돌아섰다.

 엔화 약세도 주가를 위협하는 요인이다. 엔화 가치가 낮아지면 국내 기업의 수출 가격경쟁력이 떨어진다. 가뜩이나 좋지 않은 수출 전망을 더 어둡게 하는 것이다. 대우증권 이승우 연구원은 “우리 증시는 전통적으로 엔화 약세에 취약하다”며 “지금까지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와 유동성, 두 가지가 주가 상승을 이끌었는데 유가 상승과 엔화 약세는 두 축을 모두 흔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유가는 당분간 더 오르리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란의 핵 개발을 둘러싼 세계 정치 불안이 단기간에 끝나기 어려워 공급은 불안한데, 수요는 줄지 않기 때문이다. 2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은 투자은행 JP모건과 컨설팅업체 언스트앤영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국제유가는 수급 불균형으로 올해 하반기에 더 오를 수 있다”고 보도했다.

 대우증권 이 연구원은 “주식에 대해 방어적인 자세가 필요하다”며 “적극적으로 주식 비중을 줄이기가 어렵다면 고유가와 엔화 약세에 상대적으로 강한 종목으로 바꾸는 편이 낫다”고 했다. 기계·음식료 등의 업종이 IT나 자동차 업종에 비해 두 가지 변수의 영향을 덜 받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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