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법원 판단은 “절차 소홀했지만 사업은 필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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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 강 살리기 사업에 대해 국민소송단은 ?공사를 취소해달라?고 요구했지만 4개 고등법원은 “공사 중단을 명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하지만 성급한 사업 진행에 따른 부실 공사 의혹 등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어 정부는 최근 특별점검단을 구성했다. 사진은 4대 강 사업으로 조성된 경기도 여주 강천보의 야경. [중앙포토]

논란 많던 4대 강 사업은 현재 91%의 공정률을 보이며 올해 마무리를 목표로 막바지 작업이 한창이다. 하지만 정치권에서 야당은 여전히 비판 수위를 낮추지 않고 있으며 반대론자의 4대 강 현장 검증을 둘러싸고 분란도 이어지고 있다. 사업 취소소송을 낸 ‘4대 강 사업 위헌·위법심판을 위한 국민소송단’은 한강·금강·낙동강·영산강 등 각 사업에 대해 “공사를 취소해 달라”고 법원에 요구했지만 2심까지 모두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본지는 서울(한강)·대전(금강)·부산(낙동강)·광주(영산강)고법의 4대 강 사업 판결문을 경제성·사업성 판단을 중심으로 분석했다. 경제성은 이 사업의 가장 핵심 논란거리다. 22조2000억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사업인 만큼 그에 상응하는 경제효과를 낼 수 있느냐를 두고 논쟁이 그치지 않고 있다. 소송단 등 반대론자들은 “일자리 창출이나 경기회복 효과가 투입 예산에 비해 미미하고, 오히려 하천 유역에서 농사를 짓는 농민과 골재업체 노동자의 실직이 발생한다”고 주장한다.

 법원의 판단은 어땠을까. 이 사건을 맡은 고등법원 네 곳은 “사업성의 유무를 단정할 수 없기 때문에 공사 중단을 명할 수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지난해 11월 이 사업 2심 첫 판결을 내린 서울고법 행정10부는 한강사업에 대해 “경제성 분석은 전문가 견해에 따라 분석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재판에 증인으로 나온 서울대 환경대학원 홍종호 교수가 내세운 “4대 강 사업의 비용 대비 편익 비율이 16~21%에 그친다”는 주장 등을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재판부는 “일부 편익에 대한 계산이 빠진 분석 결과만으론 한강사업의 경제적 타당성 여부를 단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금강 사건을 맡은 대전고법 행정1부는 “꼭 비용을 능가하는 이익이 생겨야만 사업에 타당성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는 입장을 냈다.

 또 “4대 강 사업은 경제적 편익을 넘어 생명·자연·지역 균형발전 등 무형적인 이익을 추구하고 그 공간적 범위가 국토 전체에 미친다는 정부 주장이 수긍할 만하다”고 했다. 광주고법 행정1부(전주)도 영산강 사건에서 사업에 지역업체들이 참여한 성과 등을 인정하며 “경제 관련 예측치와 다른 결과가 나온다는 이유만으로 사업성을 단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에 더해 낙동강 사건을 맡은 부산고법 행정1부도 4대 강 사업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 재판부는 4대 강 사업의 절차 문제를 지적하며 국가재정법 위반이라는 판단을 내린 곳이다. 그럼에도 재판부는 “절차 관련 법률에 위반된다고 평가되지만 사업 자체의 정당성과 필요성은 부인할 수 없다”고 밝혔다. 또 “성과물을 현명하게 유지·관리하고 주변 발전계획을 활용한다면 국민 삶의 질을 한 차원 높일 수 있는 시설”이라며 위법성을 인정하면서도 사업 취소 명령은 내리지 않았다.

 이 밖에 각 재판부는 홍수 예방 효과, 수자원 확보 가능성과 수질·생태계 영향 등에 대한 소송단의 주장을 모두 인정하지 않았다.

 국토해양부는 4개 사건에서 모두 승소한 결과를 대외적으로 알리는 데 힘쓰고 있다. 예비타당성 조사(이하 예타) 관련 위법성이 지적된 낙동강 사건에 대해서도 “다른 3건의 재판에서는 위법하지 않다고 판단된 만큼 대법원에서도 이를 인정할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국토부 4대강살리기추진본부 안시권 사무국장은 “승소 판결이 확정되면 법적 논란은 모두 해소될 수 있을 것”이라며 “보 안전 문제 등 미비점을 보완해 사업을 완벽히 마무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지난해 4월 대법원의 4대 강(한강) 집행정지 사건이 향후 최종판결에 참고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당시 대법은 4대 강 집행정지 재항고를 기각했다. 하지만 당시 박시환·김지형·이홍훈·전수안 대법관은 반대의견(소수설)을 내면서 부산고법의 판결처럼 예타를 실시하지 않는 등 효율성에 대한 검토가 부족했다는 점 등을 지적했다.

 ◆“사업 서두르다 생긴 문제는 반성해야”=고법도 소송단이 지적한 절차 오류에 대해선 문제점을 일부 인정했다. 가령 “환경영향평가가 3개월 만에 이뤄져 그 내용이 부실하더라도, 이 평가 제도의 도입 취지를 달성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다”는 식으로 소송단 주장을 기각한 것이다. 또 “원고가 주장하는 하자가 있다 하더라도…”와 같이 소송단의 지적에도 일리가 있다는 취지의 표현도 다수 나온다.

 연세대 사회환경시스템공학부 조원철 교수는 “정부는 승소 판결에 만족하기보다 사업을 서둘러 진행한 데서 불거진 부실공사 등에 대해 반성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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