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대만 수교국 확보 '은탄 외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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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중국이 대만에서 한수 배웠다. 대만이 그동안 '은탄(銀彈.달러)외교' 로 수교국을 확보해온 것을 본떠 역습에 나선 것이다.

중국 대외무역경제합작부 스광성(石廣生)부장은 11일 "아프리카 국가들이 중국에 지고 있는 채무 중 1백억위안(약 1조2천3백억원)을 탕감하기로 결정했다" 고 밝혔다. 베이징(北京)에서 '중국.아프리카 협력 논단' 이 열리고 있는 것과 시기적으로 묘하게 맞아떨어진 발표다.

물론 중국의 기존 입장은 "우리는 절대 대만처럼 돈으로 친구를 사지 않겠다" 는 것이다. 石부장도 "아프리카 국가들이 빈곤을 쫓고 경제를 일으키는 일을 돕기 위해" 라는 이유를 달았다.

그럼에도 베이징 외교가에선 이를 '은탄 외교' 로 보고 있다. 우선 베이징 당국이 저개발국가를 위해 이처럼 많은 액수를 기여한 전례가 거의 없었다는 점을 들었다.

게다가 지난 7월 아프리카 국가 수뇌들을 대거 베이징으로 초청한 데 이어 재차 개최된 이번 중국.아프리카 친선회의 기간 중 이같은 발표가 나왔다는 점도 중국의 의도를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라는 것이다.

사실 1백억위안이라는 돈도 관심거리다. 너무 덩치가 크기 때문이다. 내수 진작에 열을 올리고 있는 중국으로서는 이만한 부담을 선뜻 질 처지가 아니다.

홍콩 신문들이 '빚 1백억위안 탕감' 을 보도하면서 "이 금액이면 ▶5천만 실업 노동자들의 1개월치 보조금▶2천만 일반 노동자의 한달 임금▶1천4백만 농촌인구의 1년 최저생계비▶전국 개인소득세의 3분의 1▶4천만 아동의 1년 학비▶베이징시 환경보전 총투자액과 맞먹는다" 고 호들갑을 떨 만큼 큰 금액이다.

은탄의 효과는 벌써부터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했다. 남태평양 솔로몬군도의 필립 외무장관이 10일 돌연 베이징을 방문했다.

그러나 중국 외교부 주방자오(朱邦造)대변인은 "우리는 그(필립 장관)가 어디 있는지 모른다" 고 잡아뗐다. 공식적으로 필립 장관은 현재 '실종' 상태다.

그러나 톈마오훙(田茂弘)대만 외교부장은 "우리는 최악의 상황을 예상하고 있다" 고 말해 솔로몬과 베이징간 수교협상이 진행 중임을 암시했다.

대만 언론들도 "중국이 1억2천만달러를 원조해주는 대가로 솔로몬과 수교협상을 벌이고 있다" 고 보도했다.

대만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田외교부장은 "우리도 중남미내 5~10개국과 수교협상을 진행 중" 이라고 밝혔다. 이들 국가 가운데는 볼리비아.에콰도르 등이 포함돼 있다고 적시하기도 했다.

중국측 외교공세에 정면 대응할 것임을 밝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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