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가을에 만나는 정말 새로운 예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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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문화관광부에서 지정한 '새로운 예술의 해'다. '새로운 예술'이란 기존 장르에 제한받지 않고 장르의 통합, 해체 등 새로운 시도를 하는 예술행위를 말한다. 단편적인 예로 연극속에 영화를 삽입한다거나 음악과 미술을 접목 등도 이중의 하나.

그럼 '새로운 예술'이란 곧 난해한 예술을 말하는 걸까? 그렇지만은 않다. 기존의 틀을 뛰어넘은 창작행위는 모두 새로운 예술이라 할 수 있다. 그러니 생활속의 예술이나 산업과 예술의 만남도 '새로운 예술'이 되는 것이다. 광화문 교보빌딩 밖에 걸려있는 대형현판도 예술이고 당신이 손목에 차고 있는 작은 시계의 모양새도 예술이다. 이렇듯 새로운 예술은 예술과 생활, 그리고 산업을 동떨어진 것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타는 지하철이나 이용하는 전기밥솥, 매일 지나다니는 남산터널 등에도 존재하는 것이다.

2000년 가을, '새로운 예술의 해' 추진사업으로 준비된 색다른 행사가 많다. 그중 문화관광부가 주관하는 대형 기획행사 〈월인천강지곡〉을 만나러 가자.

▶월인천강지곡(月印千江之曲)

새 천년의 디지털 이미지를 '하나의 달빛이 천 개의 강을 비추는 노래'라는 표제로 표현했다. '시간·생명·공동체'라는 주제 아래 행사 장소도 그에 맞게 택했다. 역사적(과거적) 공간인 덕수궁 중화전, 예술적 공간이며 현재에서 미래로 향하는 예술의 전당과 국립극장, 그리고 그 두 공간을 이어주는 동시에 현대도시인들의 사는 모습을 대변하는 남산3호터널. 이 특별한 공간들에서 우리가 살아온 모습과 사는 모습, 살아갈 모습을 바라보자.

예술적 공간#1 - 국립극장 문화광장 설치미술전

길이 24미터의 비행기가 국립극장 안으로 날아들었다. 바로 김상수의 설치작품 〈시간의 비상(飛翔)〉. 나무와 재생원료를 주재료로 한 2층짜리 미니멀 건축물 〈스튜디오 도큐멘트〉는 자연과 생명을 상징한다. 조각가 최평곤은 세개의 거대한 대나무 거인상 '대나무 인간'을 선보여 겸손하고 자연친화적인 미래 인간형을 제시하고 장승효가 만든 철제로봇 '철제월인(鐵製月人)'은 독자적으로 커뮤니케이션 또는 네트워크 송수신이 가능한 미래 인간상을 보여준다.

12월31일까지 계속되며 10월14일에는 〈2000, 시간의 비상〉이라는 제목으로 젊은 바이올리니스트 이나래가 김영동의 '월인천강지곡' 주제곡을 연주하는 무대도 마련된다.

도시생활공간 - 남산3호터널

남산3호터널은 서울 강북과 강남의 중간에 위치, 서울이라는 거대도시의 중심을 가른다. 터널을 통과하면 역사적 공간(덕수궁)은 현재와 미래의 공간(국립극장·예술의 전당)으로 연결되어 하나의 터널은 하나의 타임머신이며 텔레포트 수단으로 변한다.

터널내부의 흰색 벽에 길고 짧은 검정색 선을 규칙적으로 표시한 것이 전부다. 그러나 이 작품은 운전자에게 지각되는 순간 작품으로서의 의미를 갖는다. 운전자가 특정 속도 이상으로 운전하며 터널 내부를 지나갈 경우 벽에 그려진 길고 짧은 선들이 시야변화를 일으켜 규칙적인 리듬감을 발생시킨다. 작품의 존재를 지각하지 못하는 운전자는 이 선들이 만들어내는 신비한 효과를 느끼지 못하고 터널을 지나가버리게 된다. 역시 10월31일까지.

예술적 공간#2 - 예술의 전당

디자인미술관에서 열리는 〈월인천강지곡 - 설치미술·영상〉은 물·나무·종이·유리와 물로 형상화한 강물 등을 통해 자연과 생명을 대하는 인간의 태도를 보여주려한다. 영화 〈헤어드레서〉로 청룡영화상 미술상까지 받은 설치미술가 윤정섭과 주목받는 청년작가 김연, 뜨거운 예술혼의 고 전국광 등의 작품을 볼 수 있다. 15일까지.

고향을 떠나 도시에 숨었다가 다시 고향으로 돌아간 사내의 이야기를 통해 '인간을 바로 보고 바로 세우자'는 의미를 전달하는 윤정섭의 인형극도 10일까지 디자인미술관에서 열린다.

14일 오후 네시에는 달·생명·물과 빛이 현대무용 〈월인천강지곡 - 생명의 의식〉을 공연한다. 스스로춤 컴퍼니의 젊은 무용가 김민선·유정아 등이 달·생명·물과 빛으로 분한다.

9일부터 14일까지 열리는 'TV문학관 김홍종 필름 페스티벌'은 이번 행사에서 가장 볼만한 프로그램이다. 〈삼포가는 길〉〈메밀꽃 필 무렵〉〈길위의 날들〉 등 완성도 높은 TV단막극을 선보여온 김홍종 감독의 작품을 선별, 상영한다. 평일에는 오후 두시와 네시, 토요일에는 오후 한시반과 세시반에 매일 2회씩 상영한다. 한국영상자료원 B시사실에서 열리고 인터넷 영화사이트 nKino의 김홍종 영화관에서도 볼 수 있다. 자세한 상영 스케줄은 512-3147로 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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