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세 은서 장기 7개 동시이식 수술 ‘9시간 사투’ … 첨단 메디컬 스킬의 세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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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 이식 명의인 서울아산병원 김대연 교수(가운데)가 수술을 하고 있는 모습. 김 교수는 조은서양에게 새 생명을 선물했다. [서울아산병원 제공]

국내에서 최초로 7개 장기(臟器)를 동시에 이식받은 조은서(7)양의 수술은 지난해 10월 12일 0시15분쯤 전신 마취로부터 시작됐다.

 한밤중에 수술을 하게 된 건 전날 오후 기증자로부터 떼어낸 장기들을 가능한 한 빨리 이식해야 수술 성공률을 높일 수 있어서였다. 이날 수술은 다소 급하게 준비됐다.

 은서의 부모는 2년 전 국립장기이식관리센터(KONOS)에 딸을 위해 간과 소장을 기증받길 원한다고 등록했다. 이후 초조한 기다림 끝에 지난해 10월 11일 오전 8시 KONOS 로부터 장기기증이 가능하다는 연락이 왔다. 미리 요청해놓은 간과 소장은 물론 췌장까지 받을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뇌종양으로 갑자기 의식을 잃고 뇌사에 빠진 아이에게서였다.

 은서의 주치의인 김대연(소아외과) 교수는 수술을 결정했다. 그러고는 이날 오후 기증자의 장기를 적출(摘出)하기 위해 같은 병원 김기훈(외과) 교수와 함께 서울의 한 대학병원으로 달려갔다. 뇌사자의 장기들은 상태가 기대 이상으로 깨끗하고 좋았다. 은서는 수술준비를 위해 오후 1시부터 금식에 들어갔다. 혈액검사와 관장, 초음파·심전도 검사 등 각종 검사가 실시됐다. 은서가 수술을 잘 견딜 수 있는지 몸 상태를 정밀 검사한 것이다.

 수술은 자정을 지나 12일 오전 1시40분에 시작됐다. 수술은 김대연 교수를 포함한 4명이 한 조가 돼 실시됐다. 수술시간이 길어지면 집중도가 떨어질 수 있어 다른 2개 팀(8명)이 교대를 위해 대기했다.

 김 교수팀은 먼저 은서의 몸에서 상한 장기들을 떼냈다. 비장·췌장·십이지장 순서였다. 이어서 간을 대정맥으로부터 분리했고 위를 떼낸 다음 소장·대장까지 배 안의 모든 장기를 꺼냈다.

 다음 순서는 기증 받은 장기들을 은서의 대동맥과 주요 혈관들에 연결하는 일이었다. 장기들을 은서의 혈관에 정확하게 연결되도록 다듬어 붙이는 극히 어려운 과정이었다. 팽팽한 긴장감 속에 하나 둘 장기들이 혈관에 연결됐고 마침내 피가 돌아 이식한 장기들에 핏빛이 비쳤다. 혈관들이 잘 이어져 제 기능을 한다는 신호였다. 순간 수술팀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환호했다. 수술의 1차 관문을 무사히 통과한 셈이었다. 이때가 오전 5시20분이었다.

 하지만 아직도 넘어야 할 산이 많았다. 위와 식도를 잇고 소장과 대장을 연결하는 과정이 이어졌다. 또 인공항문도 만들어야 했다. 수술 도중 지친 수술팀은 차례로 교대했다. 하지만 수술 전 과정을 책임지는 김 교수는 수술이 끝나고 은서가 마취에서 깨어난 오전 9시까지 수술실을 지켰다. 음식은 먹지 않았고 잠깐씩 물을 마시는 게 전부였다.

 김 교수는 “큰 수술을 할 때면 긴장을 해서인지 화장실 가고 싶은 생각도 안 든다”고 말했다. 그는 “수술이 12시간가량 걸릴 걸로 봤는데 9시간 만에 끝났다”며 “출혈이 크면 생명이 위태로울 수 있어 출혈을 최소화하는 게 가장 힘들었다”고 기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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