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시각장애인 판사 탄생은 역사의 진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0면

사법(司法) 사상 첫 시각장애인 판사가 탄생했다. 서울 북부지법에서 일하게 될 1급 시각장애인 최영(32·사법연수원 41기)씨가 주인공이다. 대학생 때 망막색소변성증으로 시력을 상실한 최씨가 판사로 임명되기까지 걸어온 길은 경탄을 자아낸다. 우리에게 불굴의 의지만 있다면 불가능은 없다는 걸 증명하는 훌륭한 본보기인 것이다. 최씨는 후천적 실명이란 절망적 상황에 부닥치고서도 좌절하지 않았다. 그리고 다섯 번의 도전 끝에 사법시험에 합격했고, 사법연수원생 1030명 중 상위 40위권에 든 우수한 성적으로 연수원을 수료했다. 빛이 없는 어둠 속에서 오직 청각에 의존하며 연수원의 모든 과정을 마친 그에게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그의 ‘인간 승리’는 역사는 그래도 진보한다는 걸 보여주는 것이다. 어렵고 불편한 환경에서 살아가는 모든 장애인에겐 희망을 주고, 힘이 되어주는 것이다.

 최씨가 2년간의 연수원 과정을 잘 마칠 수 있었던 건 연수원의 적극적인 지원 덕분이라고 한다. 최씨가 생활하는 데 불편함이 없도록 시각장애인 유도 블록을 설치하는 등 각종 시설을 보완하고, 교재 내용을 음성파일로 만들어 제공하는 등 세심하게 배려했다고 한다. 판사로 임명될 경우에 대비한 훈련도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도록 도왔다고 한다. 이젠 법원이 여러 가지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각종 시설물을 보완 또는 신설하고, 재판을 도울 보조인을 제공하는 등 최씨가 판사로서 제 역량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뒷바라지를 해야 하는 것이다.

 최씨의 성공 사례는 우리에게 교훈을 준다. 장애인이라고 하더라도 사회의 관심과 배려, 그리고 지원이 주어진다면 얼마든지 장애를 딛고 일어서서 큰 성취를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 정부와 사회공동체는 장애 미등록자까지 합치면 500여만 명에 달하는 장애인에게 불편을 주는 여러 가지 환경을 개선하는 데 더욱 열성적이어야 한다. 최씨에게 음성전환 프로그램이 큰 도움이 됐듯 장애인을 위한 여러 보조기기들을 개발해 지원하는 일, 장애인을 위한 각종 입법을 마련하는 일에도 소홀함이 없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