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끼로…" 인육 먹는 중국인 경기도 괴담 충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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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부터 트위터 상에 급속히 퍼진 ‘중국 인육단체’ 괴담 글. 경기경찰청은 “관련 사건은 한 건도 파악된 바 없다”고 밝혔다.[사진=트위터 캡처]

“중국에서 인육(人肉)만 먹는 단체가 경기도에 퍼져 있다네요. 그 중 2명이 한국말을 엄청 잘한다고 하구요. 매일 사람을 잡아 먹는답니다. 그게 하필 경기도에 퍼져있는데 길 가다 도끼로 목을 친 뒤 피가 터질때 쯤 데려다 먹는다네요.”

지난 11일 오후부터 트위터에서 급속히 퍼진 ‘중국 인육단체’ 괴담이다. 한 눈에 봐도 황당한 내용이지만 수백회 이상 리트윗(퍼나르기)됐다. “인육 먹는 동영상을 본 사람이 있다. 너무 잔인해 지워졌다” 등 ‘카더라’식 글도 뒤따랐다. “이상한 유언비어 믿지 말자”는 의견은 소수였다. 트위터리안(트위터 사용자)들은 “경기 트친(트위터 친구)들 조심해요”라며 해당 글을 부지런히 리트윗했다. 경기경찰청 측은 “관련 사건은 한 건도 파악된 바 없다”고 밝혔다. 이런 사실이 확인된 뒤 13일 현재 괴담 확산 분위기는 조금씩 수그러들고 있다. 그렇지만 일부 시민들은 아직도 관련 글을 퍼나르고 있다.

‘중국 인육단체’ 괴담은 지난 2005년 ‘빨간 마스크’ 괴담과 비슷하다. 당시 초등학생을 중심으로 빨간 마스크를 쓴 여성이 어린이를 상대로 잔혹한 범죄를 저지르고 다닌다는 얘기가 퍼져 일부 학생들이 등교를 거부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다만 이번엔 성인들 사이에서 퍼진 게 차이점이다.

한편 12일 트위터엔 “북한 김정은이 중국 베이징에서 암살됐다”는 소식도 확산됐다. 하지만 이는 지난 10일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微博)로 퍼졌던 루머에 불과했다.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이미 “근거 없다”고 일축한 내용이었다.

서울대 임현진(사회학) 교수는 “트위터는 리트윗 기능으로 인해 기존 미디어와 비교되지 않을 만큼 확산 속도가 빠르다. 일반인들이 리트윗할 때 신중하게 생각하지 않고 무작정 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일부 트위터리안들은 13일 이번 소동에 대해 “사실 확인도 안 하고 리트윗하는 게 문제” “(루머 글)당장 리트윗 그만하라”등의 글을 트위터에 올리며 자정 노력을 보였다.

이승호·정원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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