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Weekly]벤처 근로자 40%, 임금에 불만!!

중앙일보

입력

벤처기업이 활성화되고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인적자원이다. 그런데 국내 2백56개 벤처기업 근로자 6백48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만족도가 낮아 벤처기업의 인적자원 관리가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84%가 이직 고려 중

지식정보화 사회인 21세기의 성장 여부는 벤처기업의 역할에 달렸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성장 잠재력이 매우 높은 점이 특징인 벤처기업이 앞으로 저성장 경제구도 아래서 성장과 고용창출의 원동력으로 간주되고 있기 때문이다.

IMF 경제 위기 이후 정부의 실업대책 중의 중요한 부분이 벤처기업의 활성화로 잡혀 있었던 것도 벤처기업의 고용창출 능력을 중시했기 때문이다.

벤처기업이 활성화되고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다양한 제도적 지원과 자생적 연구개발 능력을 바탕으로 가장 중요한 것이 인적자원이다. 그런데 최근 국내 벤처기업에 근무하는 근로자들의 만족도가 낮아 벤처기업의 인적자원 관리가 가장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사실은 지난 22일 한국노동연구원(원장 이원덕)
이 개원 12주년을 맞아 ‘디지털경제와 인적자원’이란 주제로 개최한 심포지엄에서 박우성, 노용진 연구위원이 발표한 ‘벤처기업 인적자원 관리’라는 연구 결과를 통해 드러났다.

이날 발표된 연구논문에 따르면 지난 8월 말에서 이 달 초까지 2백56개 벤처기업 근로자 6백48명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임금, 복리후생 및 근로시간에 대해 각각 40%, 35.7% 및 32.6%가 불만족스러움을 나타내고 있다. 이에 반해 이들 세 부문에 대해 만족한다고 응답한 근로자는 각각 18.4%, 24% 및 20.7%에 불과했다.

특히, 연봉제의 광범위한 도입과 관련한 인사고과의 공정성에 대해서는 24.2%가 만족을 표시한 반면 21.2%가 불만족스럽다고 했다. 이와 달리 직무의 내용, 개인의 발전가능성, 의사소통 및 인간관계에 대해서는 만족한다고 응답한 근로자가 46.7%, 48.3%, 55.6%에 달해 직무관련 만족도는 비교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함께 조사대상의 7.1%가 적극적으로 다른 일자리를 찾아보고 있으며 20.7%가 다른 회사로부터 구인 제의가 오면 이직하겠다고 응답했다. 나머지 63.1%는 지금은 일자리를 찾지 않지만 앞으로 찾아볼 생각이라고 답한 반면 9.1%만이 이직 의사가 없다고 밝혀 벤처기업 근로자들이 자신의 근무여건에 만족하지 못하고 있음을 드러냈다.

이를 말해주듯 벤처기업의 이직률도 상승하고 있다. 경제가 급격히 악화되어 가던 97년과 98년에는 각각 7.0%, 7.6%로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다가 벤처 붐을 타기 시작한 99년부터는 9.5%로 증가했다. 이어 벤처 거품론이 제기된 올 상반기에는 8.2%, 연간 이직률로 환산하면 16.4%에 이르는 등 이직률이 대폭 상승해 벤처기업의 취약한 인적관리를 나타냈다.

***벤처 70%가 연봉제 실시

벤처기업의 특성상 보상관리는 강한 성과주의적 특성을 보여 조사대상 기업의 26%가 스톡옵션제를 도입하고 있었다. 연봉제는 66.8%가 실시하고 있었고 우리사주제를 도입하고 있는 곳도 17.2%에 이르렀다. 전체성과에 연동한 집단성과 배분제를 실시하고 있는 기업은 29%에 달했다.

98년과 비교할 때 스톡옵션과 연봉제 등 성과주의형 보상제도가 큰 폭으로 확산되고 있음을 나타냈다.

벤처기업의 지배구조는 설립기간이 짧아 소유주 중심의 경향이 지배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기업의 70.5%가 사실상 소유주 중심의 지배구조를 가지고 있다고 응답했다.

그러나 소유와 경영이 분리된 지배구조도 8.8%로 나타나고 있어 일부 벤처기업들의 경우나마 전문경영인을 활용한 경영방식이 도입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설문조사에 응한 근로자의 86.3%가 동료간의 경쟁보다는 협력을 중시하고 있었다. 이와 함께 74.9%가 동료간의 호의적 관계를 맺는 것을 업무성과 만큼이나 중시하고 있었다.

동시에 벤처기업 근로자들의 높은 의사결정 권한과 자유분방한 문화도 확인되고 있다.

벤처기업들의 65.6%가 개별 종업원들의 권한 강화를 회사가 지향하는 중요한 목표로 설정하고 있었다. 근로자들 또한 64.2%가 작업방식이나 근로시간을 스스로 결정하고 73.3%가 상사나 조직으로부터 밀접한 관리감독을 받지 않는다고 답변해 대부분의 벤처기업이 수평적이고 자율적인 조직구조를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동조합의 경우는 조사대상 기업의 98%가 설립돼 있지 않았는데 이는 응답자의 29.1%만이 자신을 노동자로 생각할 정도로 벤처기업의 문화적 특수성도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엿보인다. 특히, 노조가 설립된 3개 기업들마저도 최근 3년간 노사분규를 경험한 적이 없다고 대답했다.

이와 함께 조사기업의 97.2%가 정기 채용이 아닌 수시 채용을 통해 인력을 충원했다. 공석이 발생할 경우 외부에서 경력자를 충원한다는 입장을 보인 곳도 73.8%나 됐다.

이날 연구결과를 발표한 노용진 연구위원은 우리 나라 벤처기업의 과제로 “이직률을 낮추고 우수인력을 유치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며 보상 만족도와 함께 교육훈련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길인수 기자<cyberkid@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