大宇車 문제 잘 해결하고 명예롭게 떠나고 싶었는데…

중앙일보

입력

DJ정부 들어 기업 구조조정위원장을 마친후 올초 대우구조조정추진협의회 의장으로 부임해 대우 계열사의 워크아웃, 대우자동차 매각 등을 진두지휘해 온 오호근 의장이 내달 외국계 회사로 옮길 것으로 알려졌다.

吳의장은 지난 8월 포드와의 자동차 매각협상으로 바쁜 와중에서도 휴가차 1주일간 싱가포르에 다녀왔다. 싱가포르 방문은 단순한 휴가차원이 아니라 내달 대우구조조정협의회 의장을 마친 후 새로운 일거리를 찾기 위한 성격도 있었다는 후문.

吳의장 임기는 8개월로 10월 12일 끝난다. 吳의장은 최근 주변 사람들에게 “계약기간을 연장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당분간 쉬면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겠다”고 말했다.

吳의장은 ‘워크아웃 재판관’으로 불린다. 이헌재 재경부장관의 경기고 2년 선배로 선친이 자유당 정권시절 야당의원을 지낸 오위영씨여서 김대중 대통령과도 일찌감치 인연을 맺었던 인물이다. 김대통령과 단독면담을 하기도 했으며 한빛은행장, 외환은행장 등의 인선과정에서 빠짐없이 물망에 오르기도 했다.

그는 한양대 교수로 재직하다가 34세 때인 76년 한국 최초의 종합금융회사인 한국종금 부장으로 옮겨 10년 만에 사장에 올랐다. 미국인보다 영어를 더 잘한다는 평과,특유의 승부근성으로 일한 덕에 외국에서 더 유명해졌다. 한국에 진출하는 유럽기업들은 지금도 그를 찾는다. 그만큼 그는 금융인으로 철저했고 뛰어났다는 평이다.

이헌재 재경장관의 간곡한 부탁을 뿌리치지 못해 작년 6월 말 기업구조조정위원장을 맡아 워크아웃, 삼성 - 대우간 자동차빅딜 등 5대 그룹 구조조정과정에 관여했다. 그는 머리회전이 빠르고 카리스마를 갖춘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일처리도 객관적이고 공정해 DJ정부의 금융개혁작업에 깊숙이 개입했던 이헌재 사단(師團)에 속한다.

지난해 말 구조조정위원장 임기가 끝나 올해부터 외국계회사로 옮길 계획이었으나 워크아웃과 대우 해외채권협상 등을 위해 올 3월까지 공동위원장 형식으로 임기를 연장했으며, 이후 채권단 추대에 의해 계약직 형태로 대우구조조정추진협의회 의장을 맡아왔다. 그만큼 그는 대우처리문제에 적임자로 꼽혔다. 약 8개월간의 한시적인 자리였지만 그는 골치아픈 대우자동차 문제를 처리하고 내달에 명예롭게(?)떠날 계획이었다.

그러나 막판 포드의 대우차 인수 포기로 그는 허탈한 심정이다.

포드와의 협상을 위해 동분서주하였지만 결과가 원점으로 돌아가니 그로선 맥이 빠질 수 밖에 없다.

대우차 매각작업은 이제 산업은행으로 창구가 단일화됐다. 대우구조조정협의회도 산업은행 지휘를 받아 매각을 진행하는 실무팀 성격을 띨 것으로 보인다.

대우구조협은 원래 채권단의 위임을 받아 매각을 진행해온 만큼 吳의장은 임기를 마칠 때까지는 일정 역할은 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측근들은 그가 이미 대우차 문제에서 손을 떼고 싶다는 얘기를 여러 번 했다고 전한다. 임기가 다가오는데다 자신이 나서서 할 역할이 없다는 얘기다. 대우차 협상 막판에는 대우차 직원들로부터 고용승계보장 및 고용 5년보장 등을 유지해 달라는 압력 아닌 압력에 시달려온 것으로 알려졌다.

吳의장 측근들에 따르면 吳의장의 새로운 직장과 관련, 외국계 컨설팅사의 아시아지역담당 사장을 맡아 싱가포르에서 일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헌재 前재경부장관은 사석에서 그를 “돈방석에 앉아 있을 인물이 나라를 위해 봉사하고 있다”고 평하곤 했다. 돈과 명예를 초월해 일하는 재미로 세상을 살아온 그는 이제 그의 주특기인 국제 금융·컨설팅 일을 맡아 내달 싱가포르로 날아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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