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예산안 뭘 담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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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내년도 예산안은 일단 1백조원을 넘어선 재정의 덩치나 세금부담액 면에서 부담을 느낄만 하다.

그러나 정부는 나름대로 국채 발행 규모를 줄이는 등 살림을 빠듯하게 짜느라 고심했다고 강조하고 있다.

늘어나는 세수의 상당부분을 외환위기 이후 급증한 국가부채를 줄이는데 사용해 다음 정권이 들어서는 2003년까지 적자재정을 해소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는 것이다.

재정운용의 정책기조도 과거 길을 닦고 공단을 건설하는등 성장 위주의 투자에서 사회복지와 교육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전환했다.

그러나 신규 사회기반시설(SOC) 투자사업이 줄어들 경우 건설경기 침체와 실업률 증가는 물론 미래의 성장 잠재력을 약화시킬 우려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SOC투자는 경기 부양 효과가 클 뿐만 아니라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한 이 분야를 소홀히 하면 산업 발전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박봉흠(朴奉欽)기획예산처 예산실장은 이와관련, "민자유치를 활성화하고 올해 일부 대형 사업을 완공하면 예산이 8천억원 정도 남을 예정이어서 전체적인 SOC투자 규모는 상당 수준 확대될 수 있을 것" 이라고 설명했다.

◇ '균형 재정' 달성에 역점〓내년도 재정규모 증가율 6%는 지난 1994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정부는 내년에도 경기활성화와 음성.탈루소득 과세 강화로 세수가 올해보다 17조원 가량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지만 이중 절반가량(8조원)을 적자재정의 요인이었던 국채 발행 규모를 줄이는데 쓰기로 했다.

이를 통해 통합재정수지(일반회계+특별회계+기금) 적자폭을 국내총생산(GDP)대비 2%에서 1%수준으로 대폭 낮추겠다는 것이다.

게다가 지방재정 교부금 등 각종 정부지원법의 개정으로 필수적으로 투입해야 할 법정 소요액이 크게 늘어나 다른 분야의 투자에 족쇄를 채웠다.

내국세에서 지방자치단체 재정에 지원해주는 교부금이 13.27%에서 15%로, 지방교육재정교부금도 11.8%에서 13%로 개정돼 이 두가지 교부금만 벌써 예산 증가액에 버금가는 5조5천억원에 이른다.

내년부터 본격 시행될 예정인 민주화운동보상법.고엽제피해보상법.참전군인생계지원법 등의 개정으로 소요될 예산도 1조원을 넘어선다.

박봉흠(朴奉欽)기획예산처 예산실장은 "이같은 필수 소요액이 11조원에 달해 특별회계 세수 조정등을 통해 충당했다" 며 "이로인해 신규 사업 투자는 크게 줄어들게 됐다" 고 말했다.

이로인해 그동안 크게 늘려왔던 SOC분야의 투자를 14조9백억원으로, 농어촌 지원도 9조3천억원으로 올해보다 각각 0.1%만 증액하는데 그쳤다.

반면 교육.사회복지.정보화.과학기술 분야의 투자가 올해보다 15%이상 큰 폭으로 늘었다. 21세기 지식정보화 시대를 맞아 이들 분야의 투자를 강화한다는 포석이다.

◇ 균형재정, 가능한가〓정부가 발표한 2003년 균형재정 달성 목표는 경상성장률(물가상승율을 감안한 성장률)이 내년에 8~9%대를 유지한다는 가정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최근 유가상승 등 경기가 불안조짐을 보이고 있어 성장률이 당초 목표대로 될지 의문이다.

고려대 이만우(李萬雨)교수는 "성장률에 1% 차질이 생기면 균형재정 달성이 4년 가량 늦춰진다는 분석이 있다" 고 말했다. 세수가 그만큼 줄어들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게다가 금융.기업 구조조정을 위한 공적자금 투입 증가와 국민기초생활보장 제도의 시행, 의약분업.남북경협 등으로 예상치 못했던 세출 소요가 크게 늘어날 수 있다는 점도 재정 운용에 큰 장애가 되고 있다.

이들 분야에서 돌발 변수가 발생해 내년에 또 다시 추경을 편성하게 되면 균형재정 달성 목표는 물건너갈 우려도 있다.

따라서 건전재정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세계잉여금이나 세수초과분이 발생할 때 우선적으로 국가 채무를 갚는데 사용토록 하는 재정건전화특별법을 하루빨리 시행해야 한다고 재정 전문가들을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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