웬 나철수? 펄쩍 뛴 안철수 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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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극성스러운 ‘안철수 마케팅’ 때문에 골치가 아픈 것 같다. 4·11일 총선을 앞두고 자신의 이름을 앞세운 총선예비후보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고, 9일엔 ‘나의 꿈, 철수의 꿈, 수많은 사람들의 꿈(나철수)’이라는 팬클럽까지 발족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마치 안 원장과 사전교감이 있는 듯한 뉘앙스를 풍기고 있으나 사실은 안 원장과는 무관하다. ‘안철수도 모르는 안철수 마케팅’인 셈이다.

 안 원장 측은 8일 공식 보도자료까지 내면서 이들과 확실하게 선을 긋고 나섰다. 안 원장의 측근인 강인철 변호사는 자료에서 “안 원장 팬클럽 등 각종 자발적 조직과 관련해 안 원장은 물론 안철수재단(가칭)은 전혀 무관함을 알려 드린다”고 밝혔다. 강 변호사는 이어 “이 같은 조직에 오해로, 선의를 갖고 참여하는 개인들이 유무형의 피해를 입지 않도록 각별히 유의해 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안 원장 팬클럽을 자처한 나철수는 전문가 집단으로 구성된 ‘나눔정책연구단’과 봉사단체인 ‘철수드림나눔단’까지 꾸리며 안 원장을 외곽에서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일부 인사들은 안 원장을 직접 만났다고 언론에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안 원장 측은 “나철수 관계자가 강 변호사 사무실에 찾아와 팬클럽 결성을 일방적으로 통보했을 뿐 안 원장을 만났다는 건 사실무근”이라며 “강 변호사는 혹시라도 문제가 생기면 법적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지만 막무가내였다”고 설명했다.

 이 측근은 “포럼이나 세미나를 만들어 돈을 거둔 뒤 자체 활동자금으로 쓰는 일이 정치권에 종종 있지 않느냐”며 “선의의 피해자가 나올까 걱정스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총선 예비후보들이 안 원장을 내세우며 선거운동에 나서는 것도 안 원장 측으로서는 부담이다.

서울 강북에 출마한 한 무소속 후보는 ‘안철수 대통령을 만들 사람’이란 슬로건을 내걸었지만 확인 결과 안 원장과는 일면식도 없었다고 한다. 안 원장 주변에는 “봉황의 꿈을 이루려는 안 원장에게 봉황의 날개가 돼 드리겠다”는 등 안 원장에 줄을 대려는 편지까지 잇따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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