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꿈은 EPL 진출 … 박지성 맞붙고 싶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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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대세

‘인민 루니’로 불리는 북한 축구 대표팀 스트라이커 정대세(28·FC 쾰른).

 그의 인생은 경계를 넘나든다. 할아버지의 고향은 경북 의성이지만 일본에서 태어난 그는 지금 북한 대표팀 스트라이커로 뛰고 있다. 일본과 한국과 북한의 경계에서 살았던 그는 유럽으로 삶의 지평을 넓혔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서 경기 전 북한 국가를 들으며 엉엉 울었던 열혈 청년은 대회를 마친 뒤 독일 분데스리가 2부 리그 보훔에 진출했다. 그리고 1년6개월 만에 1부 리그 쾰른으로 스카우트됐다. 발전에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 정대세를 e-메일로 인터뷰했다.

 정대세는 북한 대표팀의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아시아 3차예선 탈락을 아쉬워하며 한국에 응원 메시지를 전했다. 한국은 29일 쿠웨이트에 패하면 최종예선행이 좌절될 수도 있다. 그는 “조선(북한)은 다음 월드컵까지 6년이나 남았습니다. 실망감은 아시아 최종예선이 한창일 때 더 클 것 같습니다”면서도 “쿠웨이트는 중동의 강호가 아닙니다. 조선도 상대하기 껄끄러웠던 한국이 쿠웨이트에 3-0 이상으로 이긴다고 생각합니다”고 말했다.

 정대세는 박지성(31·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 2011년 1월 태극마크를 반납한 뒤 한국 축구가 위기에 처했다는 여론에 대해서도 의견을 개진했다. 그는 “제가 존경하는 박지성 선수는 그동안 한국 대표팀에 많은 공헌을 했습니다. 이제는 박 선수의 축구 여생을 즐겁게 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라며 대표팀 복귀 반대의 뜻을 에둘러 표현했다. 그는 ‘포스트 박지성’에 대해 “이청용(24·볼턴) 선수입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활약하고 실력을 지녔습니다”라고 말했다.

 정대세는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펼쳐질 남북 선수 대결에 큰 기대감도 나타냈다. 쾰른은 13일 손흥민이 뛰고 있는 함부르크, 4월 1일 구자철이 최근 임대된 아우크스부르크와 맞붙는다. 정대세는 “조선의 박광룡(19·스위스 바젤), 그리고 한국의 박지성, 박주호(25·바젤) 선수가 지난해 9월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에서 격돌했습니다”라며 “저도 독일에서 역사적인 조선-한국 대결을 펼쳤으면 합니다”고 말했다.

 정대세는 ‘박지성이 자신의 축구 인생을 경기에 비유하면 후반 20분 3-0으로 앞서고 있다’고 한 것에 대해 “저는 후반 15분 0-5로 지고 있었습니다. 이번 이적으로 간신히 두 골 차 정도로 점수를 좁힌 것 같습니다”라며 “최종 목표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진출입니다. 박지성 선수와 맞붙고 싶습니다”라고 말했다.

박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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