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금송 로비 … 한번 더 뒤지니 38명 사법처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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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축은행에서 검사 무마 청탁과 함께 ‘땅 로비’를 받았다는 의혹을 받아온 전·현직 금융감독원 간부들이 무더기로 사법처리됐다. <본지 2011년 12월 29일자 17면> 이 과정에서 빠졌던 한 금감원 간부가 저축은행 측에서 보상금조로 3000만원을 받아냈다는 정황도 추가로 포착됐다.

 저축은행 비리 합동수사단(단장 최운식 부장검사)은 7일 토마토저축은행에서 8000만원 상당의 전원주택 부지 매입 비용을 빌린 뒤 상환을 면제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로 금감원 부국장급 검사역 김모(53)씨를 구속하고, 김씨와 함께 대출금 면제혜택을 받은 전직 금감원 간부 신모(52·구속 기소), 이모(57·구속 기소)씨를 추가 기소했다. 신씨는 앞서 저축은행에서 금송(金松) 대금 2000만원과 아파트 인테리어공사비, 롤렉스시계, 아르마니 양복 등 1억3500만원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었다.

 합수단에 따르면 이들은 2004년 신씨의 고향인 경기도 가평군 설악면에 공동으로 전원주택을 짓기로 하고 매입자금 8억원을 토마토저축은행에서 빌렸다. 이들은 신씨의 형 명의로 토지를 매입한 뒤 나눠 가졌고, 저축은행 측은 2006년 초 이들의 대출금 상환을 면제해줬다. 이 토지는 사법처리된 3명과 또 다른 전직 금감원 간부 이모씨, 저축은행 임직원 등 7~8명이 나눠 가졌으며 이 중 금감원 관계자 4명 몫의 토지 매입대금은 1인당 평균 8000만원씩, 총 3억2000만원 정도였다. 이 4명 몫의 토지 가격은 이후 5억2000여만원까지 치솟아 이들은 추가 차익까지 얻은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 관계자는 “형질변경 및 부지조성 등 비용 일체를 저축은행에서 부담했다”며 “사법처리되지 않은 전 금감원 간부 이씨의 경우 저축은행 관련 부서에 재직한 경력이 없어 대가성이 인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저축은행 측이 ‘땅 로비’에 참여하지 못했던 금감원 부국장급 검사역 김모(48)씨에게 보상금조로 돈을 준 정황도 포착됐다. 합수단에 따르면 김씨는 “대출금으로 전원주택 부지를 매입하는 게 부담스러워 토지 매입에 동참하지 않았는데, 다른 간부들에게 대출금 상환을 면제해주는 게 말이 되느냐”고 항의해 3000만원을 받아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은 최근 김씨를 체포했으나 김씨가 “내가 먼저 돈을 요구한 사실이 없는 데다 저축은행 관련 부서에 근무한 적이 없는 만큼 대가성도 없다”고 주장해 일단 석방했다.

 한편 합수단은 이날 2차 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지난해 12월부터 최근까지 16명을 구속 기소하고, 5명을 구속했으며 17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이 중에는 금감원과 국세청 관계자 12명과 새누리당 이상득 의원 보좌관 박배수(46)씨, 이명박 대통령의 사촌처남인 김재홍(73) KT&G복지재단 이사장, 정윤재(49) 전 노무현재단 사무처장(전 청와대 의전비서관)도 포함돼 있다. 합수단이 출범한 지난해 10월부터의 사법처리 대상자 수는 총 52명이며 규명된 불법대출 액수는 총 3조2758억원에 달한다고 합수단은 설명했다.

  박진석·채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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