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은 1년 중 가장 많이 늙는 계절, 샤워 후 꼭…"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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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을 보니 다른 내가 서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주름은커녕 얼굴에 윤기가 흘렀는데, 언제부터인가 푸석푸석 피부가 말이 아니다. 이마엔 임금 왕(王) 자가, 미간엔 내 천(川) 자가 깊게 새겨 있다. 팔다리 피부는 말라 버린 논처럼 쩍쩍 갈라진다. 하지만 동창 중엔 꼭 혼자 늙지 않는 친구가 있다. 피부도 반질반질하고 팔다리에도 윤기가 난다. 무슨 비결이 있는지 궁금하지만 알려 주려 하지 않는다. 그저 ‘모태 동안(童顔)’이라고 받아넘긴다.

전문가들은 이들 동안 피부 소유자의 비결을 ‘보습력’이라고 말한다. 아름다운나라 피부과 서동혜 원장은 “피부엔 탄력섬유가 있는데, 건축물로 따지면 철근구조물이다. 이 구조물 사이가 수분으로 채워져야 하는데 나이가 들면서 수분 함유 능력이 현저히 떨어진다. 구조물 전체가 서서히 가라앉는 것이다. 그래서 피부에 탄력이 없어지고 주름이 생기게 된다”고 말했다. 서 원장은 “특히 겨울은 수분 부족이 심해 1년 중 가장 많이 늙는 계절”이라며 “겨울 건조증을 어떻게 이겨 내느냐에 따라 피부 나이가 좌우된다”고 말했다. 서 원장에게서 겨울철 피부 건조를 막는 법을 들어봤다.
 
-요즘 같은 겨울철엔 피부가 많이 건조하다. 건조하면 어떤 증상이 나타나나.
“가려움증으로 병원을 찾는 직장인이 많다. 특히 대기업 임원분들이 자주 오는데, 팔다리가 너무 가렵지만 체면상 긁을 수도 없고 고통스럽다고 말한다. 겨울이 되면 실내 수분 함유량이 여름에 비해 절반 정도로 떨어진다. 대기가 건조하면 피부에 있는 수분이 건조한 대기 쪽으로 빠르게 이동한다. 특히 피지 분비량이 적은 종아리 앞쪽, 팔 바깥쪽이 가장 건조해진다. 피부가 건조하면 염증물질이 생성돼 가려움증으로 나타난다.”

-잘 씻는 것과 관련 있나.
“오히려 잘 씻을수록 건조증이 심해진다. 흔히 팔다리가 가려우면 잘 안 씻어서 그런가 보다 생각하고 더욱 자주 씻는다. 그때부터 악순환이 시작된다. 피부엔 유분기가 있어 수분 증발을 막는 역할을 하는데, 자주 씻으면 그 보호막이 떨어져 나간다. 그럼, 수분은 더 빨리 증발하고 건조증은 더 심해진다. 건조하면 더 가려워지고 긁는 횟수가 많아진다. 피부에 진물이 나고 피가 날 때까지 긁다가 병원에 오는 사람도 있다.”

-어떻게 해야 하나.
“원래 이틀에 한 번꼴로 씻는 게 가장 이상적이지만 매일 샤워하는 게 습관인 사람들에겐 쉽지 않다. 찝찝한 느낌도 들고 냄새가 나는 것 같다고도 한다. 그래서 하루 한 번 샤워를 하되 비누나 샤워젤을 쓰지 말고 물로만 씻기를 권한다. 물론 잘 더러워지는 몇 군데는 비누를 써야겠지만 나머지 부위는 물로만 헹궈도 충분하다.”

-보습제를 바르는 것도 중요하다던데.
“그렇다. 샤워 뒤 물기를 완전히 닦고 보습제를 빨리 바르는 게 관건이다. 물기를 제대로 안 닦고 몇 분 동안 그냥 두는 사람이 있는데, 물이 증발되면서 피부 속 수분까지 같이 날아가므로 주의해야 한다. 보습제도 3분 내 바르는 것과 10분 후 바르는 것은 크게 차이가 난다. 샤워 시 피부에 들어간 수분이 날아가지 않도록 보습제로 보호막을 입혀야 하는데, 10분 후 바르면 수분이 이미 많이 날아간 상태라서 효과가 떨어진다.”

-어떤 보습제를 발라야 하나.
“사실 끈적끈적한 것일수록 좋다. 바셀린 성분이 많이 든 것일수록 피부 보호막을 두껍게 형성하고 지속력도 강하다. 하지만 얼굴에 로션도 바르기 싫어하는 남성들이 이런 끈적거리는 보습제까지 바르기가 쉽지 않다. 어떤 로션이라도 좋으니 발라서 편한 제품을 매일 샤워 후 바르는 게 중요하다. 특히 팔다리는 꼭 발라야 한다. 피가 날 정도로 긁는 사람도 2주만 꾹 참고 바르면 많이 좋아진다.”

-얼굴도 보습이 중요한데, 세안은 어떻게 해야 하나.
“얼굴 주름살을 만드는 두 가지 요인이 있는데, 하나는 자외선이고, 다른 하나가 바로 건조증이다. 얼굴에 수분이 없으면 탄력을 잃고 쉽게 주름진다. 특히 얼굴은 찬바람에 바로 노출되는 부위이기 때문에 보습에 더욱 유의해야 한다. 우선 세안제는 알칼리성 대신 중성 세안제를 사용한다. 일반 비누류는 대부분 알칼리성이고, 보습인자가 함유됐다고 표기된 세안제가 대부분 중성이다. 미지근한 물로 세수하는 것도 중요하다. 너무 따뜻한 물은 수분을 뺏어 가고, 찬물은 모공 속 노폐물을 빼내지 못해 좋지 않다. 처음부터 끝까지 미지근한 물을 사용하고, 마지막에만 찬물로 살짝 마무리하면 좋다.”

-물을 많이 마시는 것도 건조증 예방에 도움이 되나.
“물은 몸에서 계속 빠져나가는데 투입되는 양이 적으면 탄력이 떨어지고 주름이 생길 수밖에 없다. 목표치를 두고 물을 마신다. 하루1.5L를 먹겠다는 목표로 물을 떠 놓고, 중간중간에 섭취해 목표량을 마신다. 히터를 바로 맞는 것도 금물이다. 수분을 금세 다 가져간다. 가습기를 틀어 놓으면 좋겠지만 그게 안 되면 물에 적신 수건이라도 걸어 놓기를 권한다. 수건이 먼저 수분을 뺏기기 때문에 피부에서 뺏기는 수분량은 적어진다. 짠 음식을 먹는 것도 피한다. 짠 성분이 물을 머금어야 하기 때문에 얼굴이나 피부로 갈 수분량이 적어지기 때문이다.”

-피부 건조가 심해지면 어떻게 해야 하나.
“보습제를 2주 정도 꾸준히 발라도 효과가 없다면 연고를 처방한다. 스테로이드제가 함유돼 있어 금방 좋아질지 모르지만 자주 사용하면 부작용이 있어 연고제에 기대면 안 된다. 스테로이드제를 써서 조금 좋아지면 그때부터 보습제를 발라 수분을 유지해 줘야 한다. 얼굴엔 보습제를 피부 깊숙이 넣어 주는 병원 치료가 도움이 될 수 있다. 히알루론산이나 달팽이액·태반 등 보습력이 뛰어난 성분을 전기영동법·초음파 등을 이용해 피부 진피층까지 도달시키는 방법이다.”

배지영 기자 jyb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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